경찰 개혁안에 쏟아지는 우려
이날 당·정·청은 "일반 경찰(비수사 경찰)의 수사 관여를 통제할 국가수사본부 신설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간 검찰은 "행정경찰과 수사경찰을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금은 경찰청장 아래 수사국 등 수사 부서가 있다. 경찰청장은 수사 대상과 범위 결정까지 개입할 수 있다. 전국 17개 시·도지방경찰청 소속 250여개 경찰서 수사 담당자들이 모두 경찰청장의 지휘를 받는다. 경찰 관계자는 "인사권자인 청장의 전화 한 통에 수사 방향이 달라질 수 있는 조건"이라고 했다.
하지만 당·정·청은 국가수사본부가 만들어지면 경찰청장의 수사 개입을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국가수사본부장직은 수사 외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임기 3년(단임)의 개방형 직위로 두기로 했다. 경찰뿐만 아니라 법조계 경력이 있으면 후보가 될 수 있다.
문제는 인사권이다. 현재 법안에 따르면 국가수사본부장은 경찰위원회가 후보를 추천해서 대통령이 임명한다. 이에 "신설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어 국가수사본부까지 두 자루의 칼을 대통령과 정권이 쥐게 되는 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력 기관의 권한 분산이라는 애초 권력 기관 개혁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찰 내부에서는 친(親)정부 성향의 국가수사본부장이 임명되면 경찰 수사가 '정권의 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정권 코드에 맞는 수사본부장이 올 경우 청와대나 정치권의 영향을 더 많이 받게 될 것"이라며 "평생 수사 경찰로만 일하는 것이 아니니 수사 경찰이 경찰청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이날 당·정·청은 정보경찰이 정치에 관여할 경우 최대 5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하는 내용을 법률에 규정하기로 했다.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정보국을 개편하고 정보경찰의 '가이드라인'도 만들었다. 하지만 정보경찰들 사이에서는 "정책에 대한 반응은 물론 풍문(風聞) 검증까지 시키는 청와대의 지시에 대한 방어막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정보경찰은 "청와대가 시키면 경찰로서는 안 할 수가 없으니, 청와대의 정보 요구에 대한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져야 한다"고 했다.
당·정·청은 이날 자치경찰제 도입 계획도 발표했다. 2022년부터 시·도지사 소속 경찰관 4만3000여명이 성폭력 등 여성·청소년 범죄와 교통사고 조사를 맡는다는 내용이다. 현재 있는 경찰서·지구대 외에 자치경찰 소속의 경찰서·지구대가 생기는 것을 두고 검찰은 "기존 국가경찰 체계를 그대로 둔 가짜 자치경찰제"라고 반발했었다. 이날 당·정·청의 발표는 5곳이었던 자치경찰제 시범 실시 지역을 7~8곳으로 늘린다는 것만 기존 발표 내용과 달랐다. 현장 경찰관들은 "지자체 재정 자립도에 따른 치안 서비스 불균형이 생길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동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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