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아시아인권위원회 특별대사
24일 국내 추모모임…광주 안장도 추진
‘5·18 전도사’로 불리던 서유진 전 아시아인권위원회 특별대사가 지난 16일 오후 9시(한국시각) 미국 볼티모어에 있는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77.
전북 완주군 삼례 출신인 고인은 1970년대 미국으로 이민해 광주와 직접적인 인연은 없었다. 하지만 ‘5·18광주항쟁’을 알게 된 뒤 1982년 미주 민주회복통일연합(민통련) 사무총장을 맡아 국외에서 ‘5·18’의 진실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1992년 일시 귀국한 그는 94년 윤장현 전 광주시장 등과 광주시민연대를 결성해 10여년간 5·18정신을 아시아에 알리는 활동을 펼쳤다.
참여정부 때는 홍콩에 본부를 둔 아시아인권위의 특별대사를 맡아 캄보디아·스리랑카·미얀마 등 아시아 군부독재 국가의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을 지원했다. 특히 고인이 스리랑카실종자유가족협의회와 함께 추진한 강제실종자기념비 건립사업은 아시아 인권운동사에서 매우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념비 건립사업을 통해, 2009년까지 29년동안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족 반군 사이의 내전으로 수많은 반군과 가족들이 희생당한 실종·고문 피해 문제가 국제사회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고인은 5·18 기록물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재에 기여한 공로로 지난해 ‘오월어머니상’을 받았다. 바실 페르난도(2001년 광주인권상 수상자) 아시아인권위 전 대표는 추도 성명을 내고 “5·18민주화운동 39돌 기념일 이틀 전, 한국 군사독재를 물리치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신 서유진 선생이 병환으로 세상을 떠나셨다”며 “서유진 선생과 같은 분들이 있었기에 광주가 민주주의로의 길을 열어 세계적인 인권도시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고 애도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남점씨와 아들 데일, 딸 엘리원이 있다. 고인의 장례식은 20일 오후 7시(미국 현지시각) 볼티모어에 있는 한사랑교회에서 치러진다. ‘서유진 선생을 추모하는 사람들’은 24일 오후 7시 광주 국제교류센터에서 추모행사를 열고 고인을 광주 망월동으로 모실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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