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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5 (화)

'묻지마' 산업단지…기업 유치엔 '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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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마다 기업 유치를 위한 산업단지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입주 기업을 채우지 못해 허덕이고 있다.

전국 1206개 산업단지 중 입주 기업을 모두 채운 곳은 서울 3곳, 제주 6곳 등 9곳에 불과하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단지 조성을 추진 중인 지역 곳곳에서 입주할 기업을 유치하지 못하거나 단지 조성에 파열음을 내는 곳이 잇따르고 있다.

제2의 실리콘밸리, 판교테크노밸리를 조성하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고 유입인구도 늘어나 부동산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게 지자체와 지역 부동산 업계의 기대다. 이런 명분으로 지역마다 ‘밸리(산업단지)’ 조성에 혈안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기업 유치 실적과 산업단지 조성에 따른 효과가 미흡한 곳이 더 많다.

조선비즈

전국에 1206개 산업단지가 조성됐다. 유형별로 보면 일반산업단지의 미분양 면적이 3억8208만5482㎡로 가장 넓다. /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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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조성면적 14억㎡에 미분양 단지가 대부분

1206곳, 14억1679만9161㎡(4억2858만1700여평). 올해 3월말 현재 전국에 조성된 산업단지 수와 지정면적 규모다. 전체 분양대상 면적(816.43㎢)만 놓고 봐도 서울 면적(605.21㎢)을 넘어선다.

서울 강동구의 경우 2013년부터 ‘고덕비즈밸리(고덕상업업무복합단지)’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2022년 준공될 예정으로, 대기업 및 유망 중소기업, 대형 복합쇼핑몰, 공공청사, 상업시설 등 150여개 기업을 입주시킨다는 계획을 제시했으나, 올해 2월 기준으로 입주 예정 기업은 11개에 그친다.

경북 남구 장기면과 동해면, 구룡포읍 일대 600만여㎡에 조성된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의 경우 올해 2월 산업시설용지 분양률이 3.1%에 그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을 맡은 이 산업단지는 1단계 293만여㎡가 올해 준공되고, 2단계 사업은 314만여㎡ 규모로 조성된다. 총사업비 7360억원을 들여 첨단소재산업의 메카로 육성하겠다는 게 지자체 목표였다.

산업입지정보센터를 통해 전국 산업단지(국가·일반·도시첨단·농공) 조성 현황을 살펴보면, 공사를 진행 중이거나 이미 조성을 마친 산업단지 284곳이 현재 분양을 진행 중이다.

⃟지자체와 입주사 갈등도

입주 예정 기업들과 지자체 및 사업 법인이 파열음을 내는 곳도 있다. 올해 12월 준공을 목표로 2008년 첫 시동을 건 경기도 시흥시 매화동 매화일반산업단지의 경우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나, 입주 예정 기업들이 항의하고 있다. 산업단지 조성 추진 당시 시흥시가 약속했던 분양가 등을 지자체와 시흥매화산단이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있다는 게 입주 예정 기업들의 주장이다.

매화산업단지에 입주 예정인 A중소기업 대표는 "매화산단으로 공장 이전을 추진하면서 시흥시가 약속했던 가격은 평당 350만원이었는데, 실제 계약 단계에서는 평당 420만원으로 올랐다"며 "2017년 수억원대의 계약금에 용지를 분양 받고, 은행대출을 받아 중도금까지 90%를 사전에 납부했는데, 입주시기는 늦어지고 약속보다 분양가가 오르면 기업들이 보는 손해가 크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 시흥시장이 기업인들 앞에서 ‘평당 분양가 350만원은 안 넘긴다’고 공언한 녹취록까지 있는 데도 시흥시와 매화산단이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이어 "5년간 전매 제한 규제에 따라 토지 등기가 떨어진 5년 뒤에야 거래를 할 수 있는데, 등기 효력이 사업 청산이 끝나는 시점에 발생해, 언제 등기가 떨어질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시흥시는 남은 사업 기간에 공사비 등 제반비용을 최대한 절감해 사업청산 시 최종 분양가를 낮출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매화산단과 시흥시는 매달 입주 예정 기업 대표자들과 만나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래도 쏟아지는 산단

올해도 여러 지역에서 산업단지 조성에 관한 청사진을 쏟아냈다.

경기도 용인시는 기흥구 일대에 축구장 386배 크기의 경제자족도시 ‘용인플랫폼시티’ 조성을 추진 중이다. 5조원가량의 사업비가 투입될 것으로 추산되는 사업이다.

광주광역시는 2029년까지 1조원 투입해 ‘인공지능(AI) 기반 산업융합 집적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산업단지 조성 실패 요인으로는 산업단지 공급이 많고, 기업 유인책이 약한 점 등이 꼽힌다. 지자체와 기업 간 원하는 바가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도 기업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지역마다 산업단지를 지나치게 많이 공급하고 있는 데다, 산업단지만 조성한다고 해서 기업이 유치되는 게 아니다"라며 "세금 면제 등 확실한 인센티브가 있어야 기업이 지방으로 내려간다"고 밝혔다.

☞산업단지
산업단지는 국토교통부장관이 지정·개발하는 ‘국가산업단지’와 시·도지사 또는 인구 50만 이상 대도시 시장이 지정·개발하는 ‘일반산업단지’, 시장·군수의 지정 요청에 의해 시·도지사가 지정·개발하는 ‘도시첨단산업단지’, 특별자치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시·도지사 승인 필요)이 지정·개발하는 ‘농공단지’, 시장·군수 또는 구청장이 지정하는 ‘준산업단지’ 등으로 분류된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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