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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시가 있는 월요일] 우리는 별이 남긴 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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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빛이 사라진 지구가 혼자 울고 있는 밤을 생각했다
지구는 그때부터 처음의 방식으로 고독해지겠지
굿바이,
하고 인간들에게 인사를 하고
정말로 우주적인 회전을 하게 될 것이다

빛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묻지 않고
빛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연구하는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다
그도 빛과 함께 사라져서,
우주적인 안녕을 해야만 했고

나는 다시
먼지처럼
이곳저곳에 묻어 있다가,
쓱 닦이곤 했다

- 하재연 作 <빛에 관한 연구> 중

궁금할 때가 있다. 밤이 되면 빛들은 다 어디로 가는지. 과학적으로야 얼마든지 설명이 가능하겠지만 시적으로는 참 궁금하다.

지구는 전면적으로 찾아온 그 어둠을 어떻게 견디는지, 그 고독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시인은 "빛이 어떻게 사라지는지 연구하는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다"고 고백한다. 우주적인 로맨스다. 사라진 빛을 연구하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그것은 아마도 꺼져버린 촛불을 사랑하는 것과 같으리라.

우주적인 로맨스를 한 사람은 결국 먼지가 된다. 먼지가 되는 게 너무 슬프다고? 슬플 필요 없다. 우리는 모두 어차피 별이 남긴 먼지였으니까.

내가 우주의 먼지였다는 걸 깨닫는 일. 그것이 큰 사랑 아니겠는가.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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