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올린 임대료는 관리비 올려 받아 충당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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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세희ㆍ성기윤 기자] #1. 2010년부터 영등포에서 고시원을 운영해온 김모 씨는 2년 전 더 이상 고시원 운영이 어려워 다른 사람에게 고시원을 넘기려했다. 하지만 건물주는 ‘안된다’고 했다. 새로운 임차인까지 구해 양도양수 계약을 했지만 건물주는 본계약서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다. 고시원이 아닌 다른 업종을 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김 씨는 1억3000만원이 넘는 권리금을 고스란히 날릴 위기에 처했다.
#2. 2017년부터 부산에서 인형뽑기 가게를 운영하던 공모(45) 씨는 지난해 말 건물주에게 일방적으로 나가라는 통보를 들었다. 건물 재건축이 이유였다. 공 씨는 5000만원 가량 되는 권리금을 내고 들어왔지만 건물주는 권리금에 대해서는 ‘남의 일‘이라고 했다. 공 씨는 2년 만에 가게를 접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 공 씨는 법률 자문을 받아 ‘건물이 재건축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고 임대차보호법 상 계약갱신기간이 남아있다’는 점을 확인해 소송을 준비중이다.
지난해 상가임대차보호법이 개정되면서 3개월이었던 권리금 회수 보호 기간이 6개월로 늘어났지만 권리금을 둘러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있었다. 권리금은 이전 임차인에게 새로운 임차인이 시설이나 영업 노하우, 건물 위치 등 무형의 가치에 대한 가치 양도의 대가로 지불하는 돈으로, 현행법상 임대인이 아닌 임차인과 새로운 임차인 간 거래하게 돼있다.
그러나 임차인끼리 오고가야할 권리금은 사실상 임대인의 ‘허락’ 없이는 회수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양도양수계약을 체결해도 건물주가 반대하면 계약을 할 수가없기 때문이다. 권리금은 통상 다음에 들어오는 임차인에게 받게 되는데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건물에서 나가야 하는 상태에 처하게되면 권리금을 회수하기가 불가능해진다.
법에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임대인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이 되려는 사람과 임대차계약 체결을 거절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법에서도 건물을 재건축 할 경우에는 새로운 계약을 거부 할 수 있는 권리를 임대인에게 주고 있다. 일부 건물주들은 이를 악용해 ‘재건축을 하겠다’고 얘기해 권리금 회수를 막고, 에어컨 등 임차인이 설치해두고간 관련시설을 그대로 활용하는 경우도 있었다.
임대료 인상의 상한선을 정해놓았지만 관리비를 올려 임대료 상승 효과를 노리는 경우도 있다. 계약갱신시 임대료를 5%이상 못 올리게 되자 현행법상 규제 사각 지대에 있는 관리비를 인상하는 수법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자영업을 하고 있는 이모(34) 씨는 “관리비가 갑작스럽게 2배 이상 올랐는데 건물주가 ‘임대료를 깎아주는 조건’이라고 생색을 냈다”며 “심지어 관리비 영수증을 달라고 했지만 주지도 않았다. 문제제기하면 쫓겨날까봐 말도 못했다”고 털어놨다.
skysu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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