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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버닝썬 사태

[프리즘] 버닝썬이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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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경찰의 버닝썬 수사가 오는 15일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분수령으로 막을 내린다. 경찰 수사 시작 후 100일을 훌쩍 넘기고 나서다. 시작은 폭행 사건에 불과했지만, 사안의 휘발성은 폭발적이었다. 강남의 소위 잘나가는 클럽은 대한민국의 축소판이었다. 그곳에는 ‘4000억만 벌자’던 한 연예인의 욕망, 클럽 드나드는 여성을 대상화한 남성들의 비뚤어진 오욕, 그리고 이런 비정상을 용인해줬던 유착 경찰들의 비위가 고스란했다.

처음 경찰의 수사는 크게 세갈래였다. 경찰과 클럽의 유착 비리, 클럽내 마약 복용 그리고 연예인들이 저지른 성폭력 사건이다. 클럽을 좀 다녀본 지인들은 클럽과 경찰의 유착은 불가피하다고 했다. 사건의 발단이 됐던 김상교씨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폭행을 했던 버닝썬의 직원 대신 신고자인 김씨를 연행했다. 뒷수갑을 채우고서다. 20세기 대한민국에서 강남 클럽은 사실상 치외법권이었다. 물뽕을 먹은 여성들이 성폭행을 당했던 것도, 성폭행 동영상이 찍히고 유포된 것도 그곳이 경찰의 행정력이 미치지 못하는 ‘치외법권’ 공간이기에 가능했다.

클럽 내 마약 유통 역시 경찰의 비호가 없었다면 어려웠을 범죄였다. 클럽MD들은 손님을 물어오는 것 외에도 마약 공급 역할도 함께 담당했고, 마약 유통이 가능했던 것은 그곳이 경찰로부터 안전한 곳이라는 점을 의미했다. 10여년전 강남 경찰이 지역과 유착돼 있다는 비리가 드러나 경찰서 하나가 통째로 풍비박산 났음에도 여전히 그곳에선 클럽과 경찰의 유착은 계속됐다. 앞으로는 어떨까. 업종 특성상 관(官)과 클럽의 유착은 당분간은 지속 가능성이 크다.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 위에서 영업이 이뤄지는 업종 대부분은 관과의 끈을 중요시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유착으로 곧잘 이어져왔다.

남성들이 ‘클럽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도 버닝썬 사건을 계기로 백일하에 드러났다. 소위 클럽 수질 관리를 위해서는 ‘물좋은게스트(물게)’가 많아야 하고, 물게가 많은 클럽은 돈을 잘쓰는 남성들로 북적이는 순환 구조다. 돈 잘쓰는 남성들은 하루밤에 억단위의 양주세트를 클럽에서 사다먹었으며 물게 앞에서 큰 돈을 펑펑 써대는 남성들은 여성들의 환심을 보상으로 받아갔다.

먼나라 이야기로만 생각했던 마약이 생각보다 깊이 우리 주변에 널리 퍼져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하루이틀 사안도 아닌 연예인들의 마약 사건은 그렇다치더라도 20대~30대 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클럽에서는 물론이고, 인터넷 상에서서 검색 몇번만으로 손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는 점도 이번 사안을 계기로 확인됐다.

수사는 끝났지만 숙제는 산더미다. 우선 경찰의 유착 의혹에 대해선 이렇다할 성과가 부재했다.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이 직접 나서 “답답하다”고 말했을 정도다. 경찰 유착 의혹 수사는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한명의 총경급 인사가 경찰의 최윗선으로 지목돼 조사를 받았다. 모두 8명이 입건됐지만 관련 혐의는 언론에 보도된 이상의 것은 하나도 추가로 밝혀내지 못했다.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같은 곳에 또다른 유착이 자랄 토양이 된다.

홍석희 사회섹션 사회팀장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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