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사업 위한 자금마련”이라지만 공익재단이 ‘인력장사’한 셈
여러차례 공익재단을 총수 일가 ‘돈 줄’로 이용한 정황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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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들을 보유한 ‘기형적 구조’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공항라운지 서비스·수하물 작업 등을 맡아온 하청업체들에 아시아나항공이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살을 찌운 이 재단을, 박 전 회장은 여러차례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데 활용해왔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케이에이(KA)·케이오(KO)·케이아르(KR)와 에이에이치(AH)·에이오(AO)·에이큐(AQ) 등 회사를 100% 자회사·손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다. 금호와 아시아나의 영문 이름 첫 글자를 딴 것으로 보인다. 케이에이가 2012년 라운지 서비스·수하물 작업 등 항공사 지상 업무를 맡는 회사로 설립된 뒤 여러개로 쪼개지면서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됐다. 이들 기업은 모두 아시아나항공으로부터 일감을 받는 하청업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13년 케이에이 등 4곳을 계열사로 편입하면서 “비영리문화재단의 공익사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들 회사를 계열 편입했다. 계열사의 수익이 재단의 사회공헌으로 연결되는 ‘착한 일감 몰아주기’”라고 홍보하기도 했다. 금호재단은 1977년 국내 문화예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됐다.
그러나 이 재단은 박 전 회장의 ‘돈줄’로 여러차례 동원됐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7월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165개의 운영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 재단은 ‘인력 장사’로 아시아나항공 일감을 몰아받으며 얻은 이익으로 총수 일가를 지원해왔다. 2009년 박 전 회장이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형제의 난’을 벌이며 금호석화 경영권을 놓고 다툴 때, 금호재단은 박 전 회장이 보유한 금호산업 주식을 시가보다 비싸게 사들였고 박 전 회장은 이 자금으로 금호석화 지분을 사들였다. 금호재단은 2012년 금호산업 지분을 매각한 뒤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했고 박 전 회장의 금호타이어 우호지분은 늘어났다. 2015년 이 재단은 박 회장이 금호산업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금호기업에 400억원을 출자했다. 공익법인의 설립취지와는 맞지 않는 행보들이다.
케이에이 등 소속 2천여명의 노동자들은 이런 기형적 구조 탓에 일자리를 잃게 될 처지에 놓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7일 성명을 내어 “항공운영에 필수적인 케이에이 등 하청기업들도 아시아나항공과 일괄 매각되고 고용도 승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경호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송본부 조직부장은 “하청업체는 금호재단 소속인 탓에 매각과 관련해 논의 대상이 되지 않고 있다. 2천명이 넘는 하청업체 노동자들에게도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해 하청업체가 어떻게 될지 현재로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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