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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軍인권센터, 박찬주 '공관병 갑질' 무혐의에 반발..."검찰에 철퇴 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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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소장 임태훈)가 최근 검찰이 박찬주(61) 전 육군 대장의 ‘공관병 갑질’ 의혹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데 반발해 검찰에 항고하기로 했다.

조선일보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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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권센터는 9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에 있는 군인권센터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이 같이 밝히면서 "반드시 박찬주를 법정에 세워 숱한 갑질 행위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한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갑질에 대해 기소를 청원하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2년여 전 ‘박 전 대장이 공관병을 상대로 부당한 지시와 가혹행위를 했다’고 폭로한 단체다. ‘공관병들에게 골프공을 줍게 했다’ ‘호출용 전자 팔찌를 채웠다’ ‘아들 옷 빨래까지 시켰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박 전 대장과 그의 아내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한 대전지검은 지난달 26일 박 전 대장에 대해선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아내는 폭행과 감금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불구속 기소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검찰이 작성한 26페이지 분량의 불기소 이유서를 공개하며 검찰의 수사가 가해자 입장에서 진행됐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검찰은) 철저히 박찬주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봤다. 불기소이유서 어디에도 공관병들이 호소한 피해에 대한 입장은 드러나지 않는다"며 "내용만 보면 박찬주의 변론요지서나 다름이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기 위해 입대하였다가 노예 취급을 받으며 살았던 공관병들의 피해는 누가 보상할 것인가"라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검찰의 불기소 결정에 대해 ‘검찰이 법리(法理)를 교묘하게 적용해 면죄부를 줬다’고 비판했다. 군인권센터는 "검찰의 판단에 따르면 앞으로 군인들은 상관의 지시로 과일청을 만들고, 주말마다 차출되어 개인 운전수 노릇을 하고, 상관의 자식과 부인도 상관이라 생각하고 밥 해주고, 빨래도 해주며 살아도 부당한 일이라 호소할 곳이 없다"며 "국민의 인식과 동떨어진 법리 해석으로 인권침해 가해자의 변호인 노릇을 하는 검찰에 철퇴를 가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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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충남 계룡시에서 박찬주 전 육군 대장이 조선일보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 전 대장은 이날 인터뷰에서 “내가 경험한 건 적폐 청산이 아니라 주류 청산”이라며 “군을 우습게 보고 조롱하는 건 위험 신호”라고 했다. /계룡=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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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불기소 결정서에서 ‘형법상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는 사회적 비난 가능성의 존재를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는 취지로 박 전 대장의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갑질 논란이 제기된 박 전 대장의 행동들이 객관적으로 볼 때 육군 사령관으로서의 직무수행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박 전 대장이 공관병들에게 ‘과도하게 질책하고 교회 출석을 종용했다’는 것이 군형법상 가혹행위가 성립하는지 검토한 부분에서는 ‘다소 부당한 것으로 보일 여지는 있으나 군형법상 가혹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만큼 피해자들에게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가하는 경우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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