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사진=김창현 |
한화그룹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M&A(인수합병) 시장의 큰 손 한화가 한 발 물러나면서 SK와 롯데, 신세계 등의 물밑 눈치작전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누가 최종적으로 아시아나를 품에 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는 8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는)항공기 엔진, 기계시스템 등 항공 제조업과 업의 본질이 상이하다"며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판단돼 인수를 생각해 본 적이 없으며 인수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그룹의 항공 엔진 제조 계열사다. 한화가 아시아나 인수를 추진할 경우 이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됐던 터다. 신 대표의 발언으로 한화가 아시아나 인수에 나설 가능성은 일단 크게 낮아졌다.
◇한화 "아시아나 인수? 검토 계획도 없다"=신 대표의 이날 발언은 대체로 한화 고위층의 기류와 일치한다. 최근 김승연 그룹 회장의 최측근 인사 역시 사내 임원들에게 "아시아나 인수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인수를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계열사인 한화케미칼 역시 아시아나 인수에 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회사 관계자는 이날 컨퍼런스콜에서 "한화케미칼은 아시아나항공과 관련해 검토하고 있는 바가 없고 향후에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한화는 아시아나 인수전의 유력 후보였다. 항공업 테두리 내에서 당장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여서였다. 특히 항공기 엔진과 부품을 만드는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의 시너지가 크다는 분석이 나왔었다. 하지만 일단 발을 빼는 모양새가 됐다.
재계 한 관계자는 "비슷한 항공업 테두리 안에 있지만, 항공운수업과 항공제조업의 시너지가 의외로 크지 않을 수 있다"며 "그룹 차원에서는 신성장동력으로 투자 중인 태양광 사업이 아직 본궤도에 오르지 못했다는 점도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금호산업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지은 가운데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금호아시아나 본사 건물의 모습.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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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전 과열 우려한 재계…하나같이 '모르쇠'=아시아나를 보는 재계의 태도는 '모르쇠'다. 자금력과 시너지 면에서 유력 후보로 분류되는 SK와 CJ, 신세계 등이 모두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지킨다. 정부와 산업은행의 아시아나 정상화 자구계획이 이제 막 마련된 상황에서 자칫 인수전이 초반부터 과열될 경우 내실을 확인하지 못한 채 몸값만 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SK다. 자금력 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한다.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의 덩치를 급격하게 키워 온 성장의 역사가 인수전 참여 가능성을 높여준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SK하이닉스의 120조원 규모 용인 반도체 설비 투자와 5조원에 육박하는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설비 투자가 부담스럽다. 이미 돈 쓸 곳이 차고 넘치는 상황이다. 항공사업이 최태원 SK 회장이 늘 강조하고 있는 '미래신사업'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CJ 그룹 등도 후보로 물망에 오른다. CJ대한통운과의 물류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한류열풍의 핵심인 CJ E&M도 항공사와 콘텐츠 부분에서 협력할 여지가 있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약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단독 인수는 어렵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은행은 원칙적으로 아시아나와 저가항공사 등 자회사를 묶어 일괄 매각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인수자를 찾지 못할 경우 분리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분리매각을 추진할 경우 애경 등 다른 후보군도 인수전에 적극 나설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우경희 기자 cheerup@,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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