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사·승무원·정비직 뺀 전 직원
노선 축소, A380 매각 등도 검토
매각 앞두고 본격 구조조정 나서
아시아나항공 한 직원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연내 매각 작업 완료를 목표로 조직을 정비해 몸값 높이기에 돌입한 아시아나항공이 직원에게 무급휴직을 통보한 직후다.
아시아나항공 인사팀은 29일 사내 전 직원에게 ‘무급휴직 실시 안내’ 이메일을 일괄 발송했다. 무급휴직 대상자는 2016년 이후 희망휴직 미 실시자다.
직종은 영업 및 공항 서비스직, 운항관리직, 항공엑스퍼트직, 국내 정비직 중 사무업무 수행자 등이다. 조종사와 캐빈 승무원, 정비직은 무급휴직 대상에서 제외됐다. 무급휴직 기간은 최소 15일에서 최대 3년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또 다른 직원은 “고통 분담 차원이란 명목으로 갑자기 회사가 무급휴직을 통보해 난감하다”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떻게 무급휴직에 들어갈 수 있겠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측은 “당사 자구 노력에 전 직원이 동참하는 차원에서 무급휴직을 확대 시행하게 됐다”며 “안전 운항과 직결되는 일부 직종은 제외했다”고 했다. 앞서 한창수 아시아나항공 사장은 지난 1일 아시아나항공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중점 추진과제로 ▶추가적인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 ▶비수익 노선 정리 ▶항공기 운영 대수 축소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개편안 등을 제시했다.
아시아나항공은 비상경영을 선포한 2015년 말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해 왔다. 히로시마, 다카마쓰, 시즈오카와 같은 일본지역 노선을 자회사인 에어 서울로 이관하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인도네시아 발리, 미얀마 양곤 노선 등 비수익 노선을 정리했다.
현재 국내 10개 도시, 해외 22개국 64개 도시 노선을 운항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오는 9월 말까지 인천발 러시아 하바롭스크와 사할린, 10월 말까지 인천발 미국 시카고 노선 운항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또 A380과 같은 대형기 축소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기의 경우 연료비 부담이 크고 좌석이 많아 승객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항공기 크기가 작아지면 그만큼 투입 인력이 줄어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대신 차세대 중장거리 주력기로 연료 효율이 좋은 A350을 장거리 노선에 투입해 수익성 개선에 나설 계획이다. 현재 8대의 A350을 운영하는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2대를 추가로 도입해 10대를 운항할 예정이다.
조직 개편도 했다. 지난 17일 39개 부문·224개 팀으로 구성된 기존 조직을 38개 부문·221개 팀으로 축소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이 밖에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진행했던 지점 통폐합과 비핵심 자산 매각, 희망퇴직, 임원 연봉 10%가량 반납과 같은 자구책도 매각 전에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작업에서 최대한 진정성을 갖고 신속히 매각을 추진해 올 12월 말까지 매매계약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한편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총 1조 6000억원 규모의 금융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박삼구 전 회장의 요청(5000억원)보다 1조 1000억원이 늘어난 것은 시장에 “유동성을 걱정할 필요 없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과 동시에, 조종사와 정비사 등 핵심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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