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오른쪽)가 30일 손학규 대표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패스트트랙 처리에 대한 소회를 밝히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김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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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 29일 밤 '고위공직자범죄(부패)수사처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 4개 법안을 진통 끝에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지정하는 데 성공하면서 사법개혁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수처법안은 고위공직자의 범죄 또는 부패에 대한 전담 수사기구를 만들고 일부 기소권까지 부여한다는 점에서 최고위층 권력형 비리 수사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수 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지정된 공수처안은 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이 합의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백혜련 민주당 의원 대표발의)과 바른미래당의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법안'(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 대표발의) 등 두 가지다. 두 법안 모두 기본적으로는 형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정치자금법, 국가정보원법,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등 고위공직자의 범죄 등에 대한 공수처의 수사권을 인정했다.
그러나 '범죄'를 초점으로 한 백혜련안은 불법체포·불법감금, 폭행·가혹행위, 피의사실공표, 공무상 비밀의 누설, 선거방해 등 형법 위반 사항을 대거 수사 대상에 포함한 데 비해 권은희안은 이 같은 사항들은 대상에서 제외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대신 권은희안은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변호사법 위반과 공직자의 업무상 비밀이용의 죄 등 '부패' 관련 사항을 대거 포함했다.
공수처의 독립성 부분에서는 권은희안이 진일보한 것으로 분석된다. 공수처 검사 임명의 경우 백혜련안은 '처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한 데 비해, 권은희안에서는 처장이 직접 임명하도록 했다. 기소권도 권은희안이 보다 엄격한 제한을 가했다. 기존안과 달리 공수처가 판사·검사·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 기소할 경우 '기소심의위원회' 심의·의결을 거치도록 했기 때문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검찰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1차 수사 자율권을 부여했다.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은 현행법의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해야 한다'(195조) '경찰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196조) 조항을 삭제했다. 대신 '검사와 경찰은 수사, 공소제기 및 공소유지에 관해 서로 협력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공수처가 야당 탄압 도구로 이용될 것"이라며 여야 4당의 사법개혁 방향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30일 새벽 의원총회에서 "(공수처가 설치되면) 정적이라고 할까, (정권의) 반대 입장에 있는 세력을 수사하려고 하면 정말 마음대로 할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검찰은 아무리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사한다고 해도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나 특정한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공수처가 과연 그런 공정성을 가질 수 있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황 대표는 또 "공수처는 한마디로 대통령의 가족이나 측근은 수사를 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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