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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시작도 못하고 삐걱 '서울시 의무 차량 2부제'…시민 10명 중 6명이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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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다리가 조금 불편하지만 장애인은 아닙니다. 그래서 차를 타고 다니는데, 의무 차량 2부제를 시행하면 저같은 몸이 불편한 비장애인은 소외되는 것 아닌가요."(윤○○)

"서울시 미세먼지 원인이 자동차에 있다면 전국민이 가장 많이 이동하는 명절 때가 연중 최악의 미세먼지 농도를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도 않습니다."(윤○○)

"외국의 사례가 이랬으니,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 말고, 과학적인 분석을 통해 얼마나 줄일 수 있을 지 수치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우선입니다."(류○○)

서울시가 추진중인 ‘의무 차량 2부제’가 시작부터 삐걱대고 있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긴급처방으로 내놓은 아이디어인데, 반대 여론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시는 의무 차량 2부제 도입에 앞서 인터넷 사이트 ‘민주주의 서울’에서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24일 오전 11시 현재 올라온 200여건의 의견 중 60% 이상이 반대다. 찬성은 30%를 밑 돈다. 반대하는 시민들 대부분은 "민간의 영역까지 차량 2부제를 강제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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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는 현재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발령시 모든 차를 대상으로 의무 2부제를 실시하는 내용을 시민 의견 수렴 중이다. / 민주주의 서울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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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최근 ‘시장은 초미세먼지 예측 농도가 현저히 높은 경우 차량 2부제 등 강화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조례를 만들었다. 강제 2부제를 위한 제도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시는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3일 이상 지속될 때 3일째 새벽 6시부터 저녁 9시까지 서울 전 지역에서 2부제를 시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운행제한 단속 시스템을 활용해 2부제를 위반한 차를 걸러내고 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겠다고 한다. 다만 외교·보도·수송·장애인·비영리·면세사업자·생계유지용 간이과세업자 등은 제외하기로 했다.

서울 지역 초미세먼지의 25%가 자동차 때문(2016년 조사)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 서울의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을 당시엔 자동차가 48.7%의 원인 제공을 했다는 환경부 조사도 나왔다. 지난해 평창올림픽 당시 강릉이 의무 차량 2부제로 초미세먼지 농도를 17~25% 줄였다는 결과도 있었다. 이같은 조사결과를 토대로 강제 2부제를 추진하게 됐다고 시는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이 상당하다. 강릉은 올림픽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자동차 운행량 자체가 서울과 큰 차이가 있어 비교사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서울에서 시행된 차량 2부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연구도 있다고 한다.

선우영 건국대 환경공학과 교수팀의 ‘차량 2부제 시행효과 평가’ 논문에 따르면, 2002년 월드컵 기간 중 서울 지역 미세먼지 수치는 시행 첫 날 81.1㎛/m³, 2일차 79.6㎛/m³, 3일차 79.7㎛/m³로, 시행 6일(5월30일, 31일, 6월12일, 13일, 6월24일, 25일) 중 절반이 6월 평균치(65.8㎛/m³)를 웃돌았다. 논문은 당시 교통량은 줄었지만 미세먼지는 큰 차이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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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로 뿌연 서울 도심.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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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지막 5일차와 6일차에는 13㎛/m³, 16.1㎛/m³로 크게 줄었는데 이날은 서울에 비가 내렸다. 연구팀은 차량 2부제와 미세먼지 저감에는 큰 관련이 없다고 결론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저감은 강제 차량 2부제보다 기상 상태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미세먼지는 대기 정체 상태 때문에 고약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농도가 짙어지면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등 대기 확산 쉬운 기상상태를 기다리는 것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다. 미세먼지 줄여보겠다고 예보에 따라 차량 2부제를 강제하는 건 자칫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 겸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단기간 특정 조치로 미세먼지 농도를 줄이려고 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미세먼지 농도에 관계없이 평소에 차량 운행을 줄여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 인근 지역에서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 사람이 2부제 시행으로 겪게 될 어려움 같은 것도 고려되지 않았다"며 "2부제 의무 시행보다는 대중교통 체계 강화로 시민들이 자신의 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민의 의견을 묻는 정도로 이해해 달라"며 "해당 조건 등도 아직 세부 안이 마련되지 않았고, 시장 역시 반드시 도입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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