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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국제 망신’ 폐기물 4666톤, 행정대집행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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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평택항 ‘쓰레기 컨테이너’ 필리핀으로 불법 수출됐다가 반송된 후 평택항에 보관돼 있던 생활 폐기물들의 처리가 시작된 24일 한 관계자가 평택항 동부두에 있던 컨테이너 문을 열자 때 묻은 각종 쓰레기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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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겹 쌓은 컨테이너가 150m

6월까지 모두 태우기로 결정

올해 안 전국 3만4000톤 처리


화물 컨테이너 195대 분량, 4666t의 쓰레기. 평택항에는 지난해 9월 필리핀으로 ‘수출’됐다가 지난 2월 평택항으로 반송된 폐기물 1211t과 역시 나라 밖으로 몰래 내보내려다 들킨 폐기물 3455t이 보관돼 있다.

숫자로는 어림이 안되는 이 폐기물을 담은 40피트 컨테이너 하나가 길이 11.5m, 폭 2.3m, 높이 2.2m에 평균 무게는 30t 정도. 위로 4줄, 옆으로 5줄 겹겹이 쌓여있는 컨테이너가 어림잡아 150m 길이로 줄지어 있었다. 거대한 컨테이너를 더 거대한 크레인으로 이동시키기 시작했다.

24일 환경부는 평택항 동부두 컨테이너터미널에서 경기도·평택시와 이날부터 불법 수출 폐기물 행정대집행에 나섰다. 지난 설연휴에 불법 수출 쓰레기가 평택항으로 돌아오고 두 달여 만이다.

평택시 직원들이 컨테이너 걸쇠를 풀자 때 묻은 흰색 마대 사이로 각종 폐비닐이 나왔다. 가까이 다가가니 습하고 역한 냄새가 훅 끼쳐왔다. 글자가 접힌 곰탕면 봉지, 구겨진 녹색 막걸리통, 통밀밀가루라는 상표가 선명한 봉투까지 생활쓰레기가 가득했다. 모두 ‘한국산’임을 증명하는 불법 쓰레기들이었다. 이들 폐기물은 트레일러 트럭에 실려 인근 포승공단 내 물류창고로 옮겨진다. 이후 평택시 등 경기도 내 4곳의 소각장으로 보내져 모두 태워진다. 올해 6월까지 4600여t을 처리하게 되며, 총 13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을 불법 수출한 업체는 ‘폐기물국가간이동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검찰에 송치됐다. 이번에 행정대집행을 하는데 드는 비용도 해당 업체에 구상권 청구를 통해 받아낼 계획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수출업체가 배짱을 퉁기면 비용을 받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달 기준 전국의 불법 수출 폐기물은 3만4000t에 이른다. 정부는 연말까지 불법 수출 폐기물 전량을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여전히 필리핀 현지에는 5100t의 한국산 쓰레기가 9달째 남아있다. 쓰레기가 현재 사유지에 있어 한국 정부에서 관여해 빼낼 방법도 없어 그대로 썩어가는 상황이다. 이채은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현재 외교부를 통해 협의를 계속 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처리할 수 있다는 기약을 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조속히 불법 수출 폐기물을 처리하고, 근본적 대책을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필리핀 불법 수출 쓰레기는 지난해 중국의 폐플라스틱 수입금지 조치의 ‘나비효과’로 발생했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 문을 걸어 잠그고, 수익성이 높던 폐지 가격이 반토막나면서 수거 업체들이 돈이 안되는 폐비닐 수거를 거부했다. 결국 지난해 봄 ‘재활용 대란’이 발생하더니, 갈 곳을 잃은 쓰레기들이 전국 곳곳에 방치되다 일부가 바다 건너 해외로까지 흘러가 ‘쓰레기 불법 수출국’의 오명을 쓰게 됐다. 한국에도 120만t의 불법 폐기물이 쌓여있다. 김미경 그린피스 팀장은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는 결국 지나치게 많은 소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소비량 감축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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