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4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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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4 서울세계불꽃축제’ 이후 동물과 대기오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폭죽 소음과 유해물질이 생태계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명권·환경권에 대해 변화한 인식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영등포구에 사는 정윤영씨(45)는 불꽃놀이가 유발한 반려동물 피해사례를 모으기 위해 지난달 말부터 설문조사를 시작했다. 정씨 자신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매년 여의도에서 불꽃축제가 열릴 때마다 반려동물이 폭발음에 놀라는 모습에 긴장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강에 수달이 돌아왔다’는 현수막을 봤을 때 떠올린 한강 야생동물도 생각났다. 서울시와 영등포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많은 사람이 모이는 세계적 축제라 안 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정씨는 “민원만 넣어서 될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사례 수집을 시작했다”며 “280개 정도의 사례가 모였는데, 반려견이 심장마비로 사망하거나 매우 놀라 병원에 데려갔다는 등 심각한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정윤영씨(45)가 불꽃놀이로 인한 반려동물 피해사례를 모으려 시작한 온라인 설문조사 페이지. 웹페이지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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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축제의 소음과 강한 빛은 동물에게 치명적이라고 한다. 최태규 수의사(곰 보금자리프로젝트 대표)는 “개는 갑자기 난 큰 소리가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지 못한다”며 “순간적으로 공포와 위협을 느껴 도망가거나 새끼를 위협하는 등 불안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주변에 사는 새와 수달 등 야생동물 피해가 분명한데도, 막대한 비용을 들인 불꽃축제를 개최하는 것은 인간 중심을 넘어서 기업 중심적인 축제를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실 동물구조 모임 단체 ‘지해피독’은 “불꽃축제, 바닷가 폭죽소리 등에 깜짝 놀라 하네스나 목줄을 끊고 유실되는 반려동물이 매우 많다”며 “축제에 반려동물을 동반하지 말고 집에서도 문단속을 확실히 해달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지했다. 불꽃축제 명소’로 불리는 노들섬 측은 유실 문제 등을 이유로 축제 기간 반려동물 출입을 금지했다.
한강 주변의 새들이 받는 영향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상임이사는 “불꽃을 보고 놀라 지형지물을 판단하지 못하고 전깃줄·건물 유리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며 “철새들이 이동하는 시기이고, 야간에 작은 새들이 이주하는 경우가 많아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최근 불꽃축제가 열린 인천 송도 근처에서 저어새 사체가 발견됐는데, 얼굴 쪽 깃털이 불에 그을려있었고 뇌진탕 증세도 확인됐다”며 “사망 시기를 추정해보니 축제 시점 즈음이었다”고 말했다.
색색의 폭죽은 연소하며 이산화질소 등 유해 화학물질을 배출한다. 이는 대기를 오염시켜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신복자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이 지난달 13일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열린 서울불꽃축제 행사 직후 영등포구 도시대기측정소에서 측정된 미세먼지 수치가 서울시 평균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2016년 국제 학술지 ‘국제환경연구저널’의 한 논문은 불꽃놀이 다음 날 호흡기 질환으로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가 평소의 113%까지 급증한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해외에서는 동물권·환경오염 문제로 불꽃축제를 규제한다. 지난 1월 에콰도르 정부는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신년맞이 불꽃놀이를 연 책임을 물어 국립공원 담당자를 해임했다. 에콰도르 정부는 자연 보호를 위해 소음이 나는 불꽃놀이를 전면 금지한다. 미국에서는 ‘멸종 위기에 처한 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해안가에서 번식기 물떼새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4월1일부터 모든 새가 알을 낳을 때까지 불꽃놀이를 금지하고 있다. 불꽃놀이 대신 레이저쇼 등 소음과 유해물질이 적게 발생하는 방식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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