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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김종갑 한전 사장 “산불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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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속초 산불 난 지 20일 만에 찾아가 사과

김 사장, “책임 관계없이 합당한 조처한다” 약속

배상·보상은 “수사 결과 지켜보자”고 선 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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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속초 산불로 경찰 조사를 받는 한국전력공사가 산불 발생 20일 만에 이재민을 찾아가 사과했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은 24일 오전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사무소 2층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전이 관리하는 설비에서 산불이 시작됐다는 것에 대해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사장은 이어 “현재 한전은 성실하게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수사 결과에 따른 1차적인 책임(형사 책임) 여부와 관계없이 한전은 지방자치단체·이재민 비대위 등과 협의해 합당한 조처를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재민들이 요구하는 보상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자며 선을 그었다. 그는 “수사 결과에 따라 한전의 책임 범위가 달라지고 명확해질 것이다. 일단 수사 결과가 나와야 배상이 될지, 보상이 될지 알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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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이 보상 문제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자 이재민 사이에선 “한전이 책임 회피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날 이재민들은 한전의 사과와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글자막 등을 들고 회의실에 나왔다. 노장현 고성 한전발화 산불피해 이재민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재민들은 한전 탓에 이번 산불이 났다고 일관되게 지적해왔다. 우리는 형사, 민사 이런 거 모른다. 모든 책임은 한전이 지고 보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준화 설악권번영회상생발전협의회장도 “김 사장은 경찰 조사 운운하고 있지만 이건 경찰 조사도 필요 없다. 김 사장이 석고대죄하고 잘못을 인정해야 한다. 이재민을 봐라. 갈 곳도 없다. 한전 사장이 왔으면 이재민들에게 당장 뭐 해주겠다는 게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김 사장이 기자회견을 끝내고 나가려 하자 일부 이재민은 “사람이 피가 마르는데 뭔 수사냐”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또 다른 이재민은 “산불 발생 20일이나 지나서 찾아와서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 이런 이야기를 할 거면 왜 왔냐”고 비난했다.

토성면사무소에서 이재민들에게 사과한 김 사장은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비대위 위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이어갔다. 간담회를 마친 비대위는 한전과 태스크포스를 꾸려 보상 문제 등을 협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고성지역 이재민들과 간담회를 마친 김 사장은 한국전력 속초지사로 이동, 속초지역 산불 이재민들에게도 사과했다.

앞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고성·속초 산불의 원인과 관련해 “특고압 전선이 바람에 떨어져 나가면서 발생한 ‘아크 불티’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전신주의 개폐기 인입선(리드선)이 바람에 의한 반복된 굽힘 하중 작용으로 절단돼 떨어지면서 강한 불꽃을 발생시켰고, 이 불티가 마른 낙엽과 풀 등에 붙어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한전 과실 여부를 가리기 위해 지난 23일 최초 발화 지점인 토성면 원암리 전신주와 배전센터를 관리하는 한전 속초·강릉지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산불 원인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사진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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