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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문체부, 대한체육회 국제스케이트장 사업 직접 챙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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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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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 훈련시설이자, 건설비에만 국비 2000억원이 투입되는 국제스케이트장 건립 문제를 놓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를 비판하고 나섰다. 대한체육회가 스케이트장 부지 선정 연기를 의결하고 대체시설 건립 연구 용역 기한마저 준수하지 않자, 문체부는 절차적 정당성 부재 등을 거론하며 용역 자체를 중단시키고 사업을 직접 관할하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태릉 국제빙상장 대체지 선정을 둘러싼 일련의 과정을 놓고 “국고가 2000억이나 들어가는 결정을 단순히 국가대표 훈련장이라는 이유로 체육회가 결정하는 건 좀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문체부에서 직접 좀 다시 한 번 관할할 수 있는 부서를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체육회가 문체부 허락을 받고 추진했던 ‘태릉 스케이트장 대체시설 건립 타당성 연구 용역’(타당성 연구 용역)을 놓고선 “중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연구 용역 진행 과정을)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문체부가 국제 스케이트장 건립 과정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이유는 대한체육회가 명확한 사유 없이 부지 선정 작업을 미루고 있어서다. 오랜 기간 한국 빙상의 요람이었던 태릉 국제빙상장은 태릉의 조선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2027년까지 자리를 비워야 한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문체부의 허가를 받아 지난해 말 타당성 연구 용역(부지 선정 포함)을 발주했고, 올해 9월까지 대체지 실사를 마무리 지어야만 했었다. 타당성 연구 용역의 사업 종료 기한이 올해 10월까지였기 때문이다.



인천 서구, 경기 김포 등 7개 지자체가 국제스케이트장 유치전에 뛰어들어 홍보전을 벌였는데, 대한체육회는 지난 8월 돌연 이사회를 열어 “태릉선수촌 종합정비계획, 유산영향평가 등의 용역이 완료될 때까지 부지 공모를 잠정적으로 연기”하는 안건을 이사회에서 통과시켰다. 유산영향평가 용역은 태릉선수촌 내 일부 시설 존치를 위해 대한체육회가 별도로 진행한 연구 용역인데, 이를 빌미로 전혀 관련 없는 국제스케이트장 부지 선정마저 미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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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이 지난 8월2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앞쪽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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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 이사회 결정으로 국제스케이트장 공모에 뛰어든 지자체의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타당성 연구용역의 소요 예산은 3억원인데, 이중 이미 58%가 집행됐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현장 실사나 답사도 없고, 결과물 또한 내놓지 않고 있다.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이를 놓고 대응 방안을 묻자, 문체부는 “사업 정산 과정에서 해당 사항에 대해 엄밀히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대한체육회는 현재 타당성 연구 용역과 관련된 자료 일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부지 선정 과정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하고자 부지선정위원회도 꾸렸는데, 위원회 구성, 회의록, 회의 자료를 비공개로 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부지선정위원회의 동의도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사업을 중단한 대한체육회의 행위를 놓고 문체부는 “절차적으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린 상황이다.



대한체육회 이사회 안건을 보면, 유산영향 평가 용역의 종료 시점은 내년 2월이다. 내년 1월에는 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가 예정돼 있다. 3선을 노리는 이기흥 회장이 지자체의 표를 의식해 꼼수를 부린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인촌 장관은 “항간에서는 (체육회장) 선거를 의식해서 연기한 것이라고 한다”며 “지자체마다 시도체육회장들이 투표권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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