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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대법 "병원 의료과실 책임 벗어난 초과진료비 청구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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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의무 소홀로 신체기능 손상 뒤 사망…치료는 손해전보"

뉴스1

서울대병원. 2019.2.21/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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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의료사고에 대한 병원의 과실책임이 제한됐다고 하더라도 의료사고 피해자 등에 대한 병원의 미납진료비 청구가 불가하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서울대병원이 병원측 의료과실로 지난 2013년 사망한 박모씨(사망 당시 85세)의 유족들을 상대로 청구한 미납의료비 청구소송에서 병원측에 일부승소 판결했던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박씨는 2009년 5월31일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이틀 뒤인 6월2일 흉부외과 전문의 김모씨로부터 폐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수술 직후인 6월4일 새벽 무렵 폐렴이 발생해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가래 배출 악화로 같은달 30일 기관절개술을 받았다. 그 후 박씨는 사지마비, 신부전증, 뇌병변장애 등을 앓다가 2013년 12월31일 서울대병원에서 흡인성 폐렴으로 사망했다.

박씨 사망 이후 서울대병원은 입원 이후 사망할 때까지의 진료비 9445만원을 상속권자인 박씨의 부인과 두 자녀에게 청구했다.

반면 박씨 유족들은 의료진이 박씨의 질환(폐결절)을 폐암으로 오진해 수술을 감행했고, 수술 후 감염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며 서울대병원과 담당 의사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에서 법원은 병원과 의료진의 의료상 과실과 설명의무 위반, 수술과 박씨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면서도 병원 등의 책임범위를 30%로 제한했고,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대병원의 의료비 청구소송의 핵심은 의료사고에 대한 병원의 책임이 일정 한도(30%)로 제한됐을 경우 이를 초과한 범위의 미납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는지 여부다.

1·2심은 "서울대병원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아니해 망인의 신체기능을 회복불가능하게 손상시킨 의료과실이 있으므로, 관련 소송에서 인정된 바와 같이 원고 병원 등의 책임비율을 넘어서는 나머지 70%의 범위 내에서만 진료비를 청구할 수 있다"고 병원측의 손을 일부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병원의 책임범위가 30%로 제한된다고 하더라도, 서울대병원은 유족들에 대해 이 사건 진료비채권 중 병원의 책임제한 비율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한 진료비를 청구할 수 없다"며 "원심판결에는 의료과실에 따른 진료비청구권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의료진은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탓으로 오히려 망인의 신체기능이 회복불가능하게 손상됐고, 손상 이후에는 그 후유증세의 치유 또는 더 이상의 악화를 방지하는 정도의 치료만이 계속돼 온 것뿐이어서 병원의 치료행위는 진료채무의 본지에 따른 것이 되지 못하거나 손해전보의 일환으로 행해진 것에 불과하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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