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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우린 실력으로 1등… 문제유출 의혹은 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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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증인으로 나와 혐의 부인

같은 학교에 다니는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지를 유출한 혐의로 구속된 전 숙명여고 교무부장 현모(53)씨의 1심 재판이 2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쌍둥이 자매도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다.

이 사건은 현씨의 쌍둥이 딸이 지난해 치러진 2학년 1학기 기말고사에서 나란히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하면서 불거졌다. 1학년 1학기에는 문과 전교 121등, 이과 전교 59등이었던 쌍둥이 성적이 급상승하자 학부모들이 의혹을 제기했고, 결국 수사로 이어졌다. 검찰은 현씨가 총 다섯 차례에 걸쳐 시험지를 유출했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자매는 공소 사실을 부인했다. 자매 중 언니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정답을 암기해 시험을 쳤느냐"는 검사 질문에 "결코 그런 적이 없다"고 했다. "실력으로 1등 한 것인데 아버지가 교무부장이라는 이유로 학부모·학생들의 시기 어린 모함을 받았다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재판장은 미성년자인 쌍둥이의 심리 상태를 고려해, 그들의 어머니가 증인석에 동석할 수 있게 허가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쌍둥이 자매는 차분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자매 중 언니는 성적이 갑자기 향상된 데 대해 "학습 의욕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공부의 양과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도 내신 성적에 비해 모의고사 성적이 낮았던 것에 대해서는 "출제 범위가 다르고 (모의고사는) 따로 공부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했다. 동생은 "특별한 (공부) 비결이랄 게 없고, 교과서와 선생님 말씀에 충실했다"고 했다.

검찰은 자매가 시험 전날 내용이 수정된 문제들을 주로 틀렸다는 점을 '시험지 유출' 증거로 내세웠다. 그러자 자매 중 언니는 "정확한 수치를 제시해 달라"고도 했다. 검찰이 이들의 시험지 곳곳에 메모 형태로 적힌 정답 목록을 결정적 증거로 내밀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자매는 시험 후 반장이 불러주는 모범 답안을 급한 대로 메모한 것일 뿐이라고 했다.

쌍둥이 자매는 경찰 수사 이후 퇴학 처분을 당했고 현재는 이 사건으로 불구속 기소돼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비공개 재판을 받고 있다. 자매 중 언니는 증인신문이 끝나고 재판장으로부터 발언 기회를 얻자 "주변과 언론에서 많은 말이 나왔지만, 재판정에서의 제 모습을 보고 정확하게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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