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여당 몫 위원 1명➝2명 확대에 동의...與에 '비토권' 부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바른미래당 간사인 오신환 의원(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사법개혁특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이 지난달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홍영표 의원실에서 공수처 설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관련 쟁점을 논의하기 위한 회동을 마치고 취재진에게 브리핑하고 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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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지난 22일 합의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안에 대해 '야당보다 여당에 유리한 법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캐스팅 보트'를 쥔 바른미래당이 당초에는 여야에 균형을 맞춘 공수처 설치안을 주장하다가, 최근 협상 과정에서 돌연 여당측에 유리한 공수처안을 수용하면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공수처장 임명 과정에서 여당에게 사실상의 거부권이 부여돼 공수처장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 4당이 잠정 합의한 공수처 설치안에 따르면,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는 7명의 위원으로 구성된다. 국회 몫 4명(여야 각 2명), 법무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 추천인 등 3명이다. 공수처장 추천위는 추천위원 5분의 4 이상(6명)의 동의를 얻은 2명의 인사를 대통령에게 추천한다. 대통령은 2명 중 1명을 공수처장으로 지명하고, 지명된 인사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후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수처의 수사·조사관은 조사·수사·재판 분야에서 5년 이상 실무경력이 있는 자로 제한된다.
그런데 여당 추천 인사가 2명인만큼, 이들이 공수처장 인사 추천에서 반대의견을 내면 후보 추천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른 추천위원들이 동의하더라도 의결요건(6명)을 충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당이 공수처장 후보 추천 거부권을 갖게 된 것이다. 야당 추천 인사도 2명이지만, 현재 국회와 같이 원내교섭단체인 야당이 2개 이상일 경우 여당 추천위원들에 비해 응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여당 측이 원치않는 공수처장 후보군은 여당이 추천 단계에서 원천 배제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그러나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긴급 의원총회에서 "추천위원 7명 중 야당 몫을 3명, 여당 몫을 1명으로 하되 인사 추천은 추천위원 5분의 3 이상(5명)의 동의를 얻도록 하겠다"는 안을 제시한 바 있다. 당초 김 원내대표의 안 대로라면, 여당 추천위원이 인사추천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다른 추천위원들(6명)만으로 의결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는데, 김 원내대표가 협상 과정에서 여당에게 강력한 단독 비토권을 쥐어준 셈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검찰 등의 기존 사법권력이 정치적으로 이용됐다는 이유로 도입하려는 공수처가 오히려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됐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공수처법이 원래 정부·여당이 추진하던 모습과도 사뭇 다른 '누더기 법안'이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당초 공수처의 수사·기소 대상에 포함시키려 했던 대통령 친인척, 국회의원, 장·차관 등이 공수처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여야 4당 합의안에 따르면, 공수처에는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이 부여되지만 기소권은 원칙적으로 주지 않기로 했다. 다만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한해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수처에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민주당과 부여해선 안 된다는 바른미래당 안을 절충한 것이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의 기소 범위를 판·검사와 고위급 경찰뿐 아니라 국회의원과 청와대 고위직, 대통령 친인척까지 넣는 방안을 구상했다. 그러나 국회 협상 과정에서 여야 4당은 국회의원을 공수처 기소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대통령 친·인척과 장·차관이 제외된 것 또한 '권력형 게이트'를 수사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수처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을 낳고 있다.
[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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