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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노조 리스크’에 車산업 흔들...르노삼성 이어 현대차·한국GM도 파업 움직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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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자동차 업계가 노조의 잇따른 ‘파업 리스크’로 인해 벼랑 끝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6개월 넘게 부분파업을 지속해 온 르노삼성에 이어 현대자동차(005380)와 한국GM 노조도 올해 임금과 단체협상을 앞두고 파업을 예고했다.

자동차 업체들은 최근 몇 년간 이어진 판매 감소와 실적 악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요 업체들의 파업이 현실화 될 경우 완성차는 물론 수백여개의 부품사들까지 경영 위기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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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조의 파업으로 가동을 멈춘 부산공장 생산라인/르노삼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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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노조 "우리도 통상임금 미지급금 달라" 생떼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발간한 소식지를 통해 올해 임단협에서 회사로부터 기아자동차(000270)와 동일한 조건으로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반드시 받아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는 "불편한 건 참을 수 있어도 차별적인 대우는 참을 수 없다"며 미지급금을 주지 않을 경우 파업 등 강경투쟁을 벌이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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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노조는 사측에 기아차와 동일한 기준으로 통상임금 미지급금을 달라고 요구하며 관철되지 않을 경우 강경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사진은 지난 1월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반발하며 체결식이 열리는 광주시청 난입을 시도하는 현대·기아차 노조 조합원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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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업계에서는 이같은 현대차 노조의 요구안에 대해 ‘억지주장’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8년간 이어진 법적분쟁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통상임금 미지급금 지급 판결을 받아낸 기아차 노조와 달리 현대차 노조는 이미 사측에 패소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 2017년 열린 법원의 1심 판결과 올해 2월 2심에서 잇따라 승소한 후 사측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 평균 3만1000원을 인상하고 미지급금을 1인당 평균 1900만원씩 지급하는데 합의했다. 반면 법원은 현대차 노조가 제기한 소송에서는 "현대차의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에 포함된 ‘지급제외자 15일 미만 규정’으로 고정성이 결여돼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1, 2심 모두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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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 조합원들이 지난 2월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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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노조는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대형 SUV 텔루라이드와 인도 현지 판매용 소형 SUV인 SP2의 현지 생산을 중단하고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도록 해달라는 요구를 한 상태다. 역시 임단협을 앞두고 사측을 압박하기 위해 던진 ‘생떼’에 가깝다는 요구란 의견이 많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 노조가 사측으로선 도저히 받아들이기도, 납득하기도 어려운 요구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실적 악화에 따른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금협상을 조기에 마무리했던 노조가 올해는 후한 보상을 받기 위해 일부러 무리한 요구를 제시한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국GM 노조는 22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파업 진행 여부를 결정하는 찬반투표에 들어갔다. 이틀간 진행되는 이번 투표에서 과반수 이상의 조합원이 쟁의행위에 찬성할 경우 노조는 다시 파업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다. 노조는 지난해 법인이 분리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에 대해 사측이 기존 단체협약과 크게 달라진 협약 개정안을 제시한데 대해 반발하며 파업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르노삼성의 노사 갈등 역시 해결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노조는 생산직 근로자의 전환배치를 반드시 노조와 합의해 진행하도록 해 달라는 요구 등을 하고 있지만, 사측은 인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절대 타협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 실적회복 기회 스스로 걷어차는 노조…부품업계 공멸 우려도 ‘재점화’

주요 완성차 업체 노조가 파업을 강행하고 생산이 차질을 빚을 경우 최근 조금씩 회복의 발판을 마련해가고 있는 자동차 업체들은 또다시 심각한 경영 위험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12월 출시한 대형 SUV 팰리세이드의 물량 공급이 다시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팰리세이드는 출고 대기만 6개월여가 걸릴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는 차다. 올 하반기 수출이 시작되면 최근 몇 년간 SUV 라인업 부족으로 판매가 크게 감소한 북미 시장에서의 실적 개선도 가능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수출은 물론 국내 물량 수급도 다시 어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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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출시된 현대차 팰리세이드. 현대차는 올해 임단협 과정에서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팰리세이드의 물량 공급이 다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현대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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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역시 파업으로 인해 간신히 되살린 실적 회복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와 철수 우려 등으로 판매가 크게 감소했던 한국GM은 지난달 국내 시장에서 전년동월대비 2.4% 증가한 6420대를 판매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그러나 노사 갈등과 파업으로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면 다시 경영 위험이 불거질 것이라는 경고가 많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완성차 업계의 실적 악화로 벼랑 끝에 몰린 부품업계는 노조의 잇따른 파업 강행 움직임으로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자동차 부품사들로 구성된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은 지난 18일 호소문을 통해 "르노삼성의 임단협 타결이 늦어지면서 수백여개의 부품협력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심화되고 부품 공급망 붕괴 우려도 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합 관계자는 "대다수 국내 부품사들은 ‘링거를 꽂은 환자’처럼 간신히 경영활동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대·기아차, 한국GM마저 파업으로 생산 차질이 빚어질 경우 부품업체들의 ‘줄도산’ 사태가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진상훈 기자(caesar8199@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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