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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일본차의 중국 공습… 매장 키우고, 지하철 광고 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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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중국 상하이(上海)시 민항구(閔行區) 우중로(吳中路)에 있는 기아자동차 매장. 직원 2명만 앉아 있을 뿐 고객은 보이지 않았다. 판매 직원들은 아무 말 없이 기자 일행을 맞았다. 이들에게 중형 세단 K5하이브리드 차량 가격을 묻자 그제야 한 직원이 일어서서 "22만9800위안(약 3900만원)인데 기아차에서 18만9800위안(약 3220만원)까지 할인 행사를 하는 중"이라며 "전액 현금으로 산다면 더 할인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판매 사원 양자오퉁씨는 "그래도 예전 같은 인기는 아직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중국에서 한국차 브랜드들의 상황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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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오후 중국 상하이에 있는 현대자동차 매장에 방문객이 없어 한산한 모습.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 순위는 2014년 3위에서 떨어지기 시작해 올 초(1~2월 기준)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상하이=김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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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일본차에 밀리고 중국차에 치이고 있다. 2017년 사드(THAD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도입 후폭풍으로 인해 중국 내에서 판매량이 급감했다는 소식은 접했지만 실제 현장에서 피부로 느낀 현대·기아차의 상황은 더 어려워 보였다.

◇사드 여파로 고전한 한국차, 중국 시장서 위기감 높아져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6년까지만 해도 중국 시장에서 순항했다. 그해 현대차는 전 세계 유력 브랜드들이 다 들어와 있는 중국 시장에서 판매량 순위 6위였고, 기아차는 1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회사의 순위는 지난해 각각 9위와 21위까지 내려앉았다. 현대차의 지난 1분기 판매량도 지난해 동기 대비 18.4%나 감소했다. 2011~2014년 중국 시장 점유율 10%대를 기록했지만 지난 3월에는 3.9%까지 점유율이 하락했다. 판매량이 이처럼 급감하다 보니 현대차는 베이징 1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고 기아차는 옌청 1공장에서 기아차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부진은 그동안 성장 일로를 달렸던 중국 자동차 시장이 지난해 전년 대비 2.8% 감소하며 하락세로 돌아섰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일본차는 다른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혼다·닛산·도요타의 지난해 판매량은 2014년 대비 각각 68만, 34만, 34만여 대씩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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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열린 '2019 상하이 모터쇼' 프레스데이 행사에서 업계 관계자들과 외신 기자들이 중국 지리자동차가 내놓은 신형 전기자동차 '지오메트리A'를 둘러보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내놓는 자동차의 성능과 디자인이 크게 성장하면서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량을 잠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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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도 급성장하는 중이다. 2014년엔 10위권 밖이었던 지리자동차는 지난해 160만여 대를 팔아 3위로 올라섰다. 현대·기아차에서 떨어져 나온 소비자를 일본차·중국차 업체들이 그대로 흡수한 셈이다.

그동안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사드 여파에 영향을 받은 바가 컸지만 그와 함께 브랜드 파워 또한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차가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어 샌드위치가 된 게 가장 큰 이유였다.

기아차 매장에서 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도요타 매장은 활력이 넘쳤다. 직원 3명이 문밖으로 달려나와 "어떤 차를 소개해드릴까요"라며 고객을 맞았다. 판매 사원 황류웨이씨는 "중국인들의 소득이 늘어나면서 일본차가 고장이 잘 안 난다는 소문이 힘을 받았다"며 "미국 시장에서 인정받는 일본차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했다. 이 매장에서는 중형 세단 코롤라를 23만800위안(약 3900여 만원)에 할인 없이 팔고 있었다.

매장엔 차를 구매한 고객에게 주기 위한 TV, 노트북과 같은 사은품 수십여개가 쌓여 있었다.

중국차 매장도 북적였다. 중국 지리자동차 매장에서는 중형 세단을 K5를 전액 현금으로 살 때와 비슷한 가격인 17만9800위안에 팔고 있었다. 판매 직원 딩쟈후이 씨는 "월 평균 600명이 매장을 방문하고 그 중 100여 명이 실제 차를 산다"면서 "이달엔 한국인 2명에게도 차를 팔았다"고 말했다.

◇신차 대거 투입하며 반격 나서, "중국시장 점유율 되찾겠다"

중국에서 한국차가 고전하는 이유는 사드 여파로 브랜드 선호도에 타격을 입은 데다 중국에서 인기가 높은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신차 투입 지연과 같은 문제가 겹쳐 고객 이탈이 빨라졌기 때문이다. 현지에서 만난 중국인들은 일본차의 브랜드·품질에 호감을 표했고 최근 중국차까지 눈부시게 성장하면서 값싼 중국차를 사겠다는 경우도 많았다. 중국 전체 자동차 판매량에서 SUV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5년 15%대에서 2017년 41%대로 커졌는데, 현대·기아차가 내놓은 SUV 신차는 2015년과 2016년 각 1종, 2017년 2종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시장에서 사운을 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승찬 중국경영연구소장은 "현대·기아차 실패 원인을 전부 사드 탓으로 돌리는 것은 우리끼리 위로하기 위한 핑계"라면서 "중국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친환경차 확산 정책에 발맞춰 하이브리드·전기차 신차를 다수 투입하거나 중국 업체들과 함께 전기차 플랫폼(뼈대)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등 변화를 꾀해야만 반등을 노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중국 시장에 SUV인 ix25 2세대 모델과 엔씨노(코나 전기차), 링동(아반떼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올 뉴K3 등 신차를 대거 출시하며 반격에 나선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달 중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첨단 기능을 대거 탑재한 중국형 신형 싼타페 '셩다'를 출시하며 약점으로 지목된 SUV 라인업을 강화했다"면서 "중국 시장에 맞는 신차를 공격적으로 출시해 중국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상하이=김강한 기자(kimstro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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