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담 판화 ‘오월 횃불’ 나눔정신 착안
네팔·키르키스탄 등에서 의료봉사도
“5·18을 상징하는 배지가 없는 게 아쉬워 예술가들과 아이디어를 모았어요.”
광주지역 대안문화공간 메이홀 박석인(57·치과의사) 대표는 22일 “제주 4·3항쟁 70돌 기념식 때 동백꽃 배지를 보고 가슴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봄날 툭하고 떨어지는 선홍빛의 동백꽃을 형상화한 4·3 배지는 당시 무고하게 희생당한 이들의 아픔을 떠오르게 했다. 그는 “또 노란리본은 세월호의 참사를 기억하는 상징물이 됐는데, 내년이면 40돌을 맞는 5·18의 아이콘이 없다는 것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메이홀 관장 임의진 목사와 머리를 맞대고 5·18 상징물을 찾기 시작했다. 홍성담 작가의 오월판화 연작 중 ‘횃불행진’에서 머리에 주먹밥 광주리를 인 채 한 손에 횃불을 든 어머니의 모습을 따로 떼어냈다. 홍 작가도 주먹밥 여성을 이용해 5·18 배지를 만든다는 뜻에 흔쾌히 사용을 허락했다. 배지 디자인은 고근호·주홍 화가의 의견을 듣고 <광주아트가이드> 서동환 편집장의 도움을 받았다. 박 대표는 “광주정신 중 나눔과 평등을 뜻하는 주먹밥이 가장 상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사비를 들여 5·18 배지 1천개를 제작해 오월어머니들 등 5·18 유공자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했다. 시민들에겐 5·18 배지 한 개당 3천원에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은 전액 국가폭력 생존자를 위해 일하는 기관 등에 기부할 방침이다. 그가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해 5·18배지를 공개하자 주문이 폭주해 이미 2천개를 추가로 제작했다. 박 대표는 “시민들이 5·18 주먹밥 여성 배지가 행정기관의 공모를 통한 것이 아니라 시민의 힘으로 자발적으로 탄생했다는 데 크게 반가워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2012년 예술인들과 함께 광주시 남동 옛 전남도청 인근에 대안문화공간 메이홀을 열었다. 메이홀은 ‘오월그림전’과 ‘세월호 특별전’을 열고, 오월 광주정신을 재해석한 퍼포먼스 공연도 펼친다. 그는 또 2004년 대구·광주 등 전국의 18곳 치과의사들과 함께 시작한 키르키스탄 의료봉사를 해마다 이어가고 있다. 사단법인 희망나무에 참여해 네팔·몽골에 광주진료소가 개소되는 데도 힘을 보태는 등 오월 나눔정신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박 대표는 “80년 5월 광주가 고립됐을 때 전세계 여러 단체의 도움을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며 아시아 국가에 의료봉사에 참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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