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수사권 조정까지 얽힌 셈법
민주당, 선거제 개혁 내부 반발
설득 위해선 개혁입법 ‘명분’ 필요
바른미래당, 두 계파간 갈등 격화
정계개편 염두에 둔 반대도 많아
민주평화당, 호남 의석 감소 우려
제3지대론 기댄 개혁 회의론 나와
정의당, 공수처 빼고라도 처리 촉구
심상정 “노딜 가는 건 최악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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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안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도입안, 검경수사권 조정안 등을 패스트트랙(신속처리 대상 안건)에 태우는 여야 4당의 공조가 삐걱거리는 핵심 이유는 각 정당 모두 지역구를 기반으로 한 기득권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제 개혁을 원치 않는 이들이 공수처 세부 내용 등을 ‘핑곗거리’로 삼는 바람에 개혁법안이 선거제 개혁의 걸림돌 취급을 받는 상황이 됐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선거제 개혁 논의가 총선 1년 앞이 되는 시점까지 밀리면서, 각 정당의 셈법이 더 복잡해졌고, 전망은 더 비관적인 쪽으로 흐르고 있다.
논의의 주요 당사자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지난주에도 당내 의원들의 눈치만 보며 패스트트랙의 마지막 ‘골든타임’을 놓치는 무능함을 드러냈다. 지난 18일 오전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판사, 검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는 공수처’안에 민주당과 최종 합의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바른미래당에 그런 공수처안을) 제안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두 원내대표 모두 거짓말을 한 건 아니다. 실무 접촉을 하고 있지만 우리도 의원총회에서 추인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공식 제안이라고 할 수 없다”고 전했다. 홍 대표의 발언은 ‘당내 반발’ 무마용이라는 설명이다.
민주당도 내부에서는 선거제 개혁으로 지역구 의석이 축소(현재 253석→225석)되는 상황을 바라지 않는 의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을 설득하려면 선거제 개혁 외에도 문재인 정부의 핵심 입법 과제인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 등을 위해 패스트트랙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명분’이 필요하다. 원내 지도부가 공수처 내용을 일부 양보한 협상안을 제시해놓고도 바른미래당 내분 등으로 성과를 내지 못하면 당내 반발은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공수처 잠정협상안에 청와대 분위기가 부정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바른미래당은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정치적 셈법이 더 복잡하다. 선거제 개혁안부터도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출신들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 중엔 선거제 개혁을 대놓고 반대하는 이들도 많다. 이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입당이나 합당 등 정계개편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당이 선거제도 개혁에 반대하는 만큼 패스트트랙에 동조할 경우 나중에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민주평화당 내에서도 “선거제 바꾸는 데 힘 빼지 말고 바른미래당 정계개편을 기다려 제3지대를 구축하자”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공식 당론은 “공수처 기소권을 양보해서라도 선거제 개편안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이지만, 선거제 개편이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평화당에 유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박주현 평화당 수석대변인은 “당 공식 입장은 승자독식 구조를 타파하고 개혁야당으로 바로 서자는 것인데, 선거를 전략적으로 보는 의원들은 선거제 논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선거제 개편이라는 대의명분을 거부하지는 못하고 ‘선거제 개편은 어차피 안 된다’는 현실론으로 개혁 동력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정의당만 일관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비례성과 대표성을 반영하는 선거제 개혁을 지속해서 주장해온 만큼, 공수처를 제외한 나머지 안이라도 패스트트랙에 태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심상정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노딜로 가는 건 최악의 선택이다. 여야 4당이 지금까지 합의한 선거제 개혁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이라도 먼저 패스트트랙에 태워야 한다”고 말했다.
서영지 이지혜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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