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7 (월)

[기고]4대강 보 해체는 ‘답정조’인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2019년 2월 정부의 4대강 조사평가단은 4대강사업으로 설치된 금강, 영산강의 5개 보 처리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에 대해 자유한국당은 ‘4대강 보 파괴 저지특위’를 구성하고 나경원 원내대표, 정진석 의원을 중심으로 공주보를 방문하기도 하였다. 자유한국당은 보를 해체하면 농사짓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가뭄에도 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보를 해체하지 말고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진석 의원은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단 평가가 해체 쪽으로 미리 결론을 정해 놓은 조사 결과인 이른바 ‘답정조’라고 비판하고 있다. 정말 그럴까.

경향신문

4대강 조사평가단에 참여한 한 사람으로서, ‘보를 해체하면 정말로 농업용수가 부족해지는가’, ‘녹조가 생기는 주요인이 흐르는 물을 막아 놓은 보 때문인가 아니면 질소, 인과 같은 다른 요인 때문인가’ 등 몇 가지 쟁점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먼저, 공주보 개방으로 인근 지역에 농업용수 부족이 발생하는가 하는 문제다. 결론부터 말하면 물은 부족하지 않다. 농업용수로 하천물과 지하수의 고갈을 걱정하는 농민들이 많다. 또 4대강사업 이후 보가 저수지처럼 물을 모아두었다가 가뭄이 되면 빼서 쓰는 등 홍수조절 기능, 농업용수, 발전용수 등의 이수용량을 결정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국민이 많다. 그러나 홍수조절 기능, 이수용량 배분 기능을 하는 것은 보가 아니라 댐이다. 보는 상류에 있는 댐에서 흘려주는 물을 통과시키는 기능을 할 뿐이다. 다만, 지하수를 이용해 비닐하우스 농업을 하는 경우에는 보가 해체되고 하천 수위가 낮아지면 지하수위가 낮아져 지하수 사용에 불편이 있을 수 있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에서는 농가 피해 접수를 받는 한편 대형 공동관정을 설치하여 지하수를 충분히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즉, 정부에서 농민들에 대한 지하수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는지 살피고 정확한 이행을 촉구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4대강사업 이후 ‘녹조 라떼’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만큼 보에 많은 녹조가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녹조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보 건설로 유속이 많이 늦어지면서 보 구간에서 물의 체류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부에서는 물을 가둬놓아서가 아니라, 가축분뇨 같은 인이나 질소화합물 때문에 녹조가 생기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4대강사업 전후 수질을 비교해 보면 인 등 유입되는 부영양물질이 오히려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녹조가 늘어난 것은 인과 질소화합물 때문에 녹조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혹자는 4대강사업과 관련 없는, 1년 내내 물을 가둬놓는 소양강 댐에서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예로 들어, 보 설치 탓에 4대강에서 녹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반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소양강의 경우 인 성분 등 부영양물질의 유입이 적어 녹조 발생에는 턱없이 부족한 ‘빈영양상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만약 4대강 보 구간에 녹조를 없애기 위해 유입되는 부영양물질을 저감하여 ‘빈영양상태’로 유지하려면 수십조원의 예산을 투입해도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4대강 조사평가위는 공주보의 경우 하단 물막이 부분만 해체하고 상단의 교량은 남겨두는 부분 해체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제안했는데, 그럴 경우 교량이 안전하겠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최근 구조물 해체 기법들이 매우 발달했다. 폭파 작업을 통해 구조물을 해체하기도 하지만 콘크리트용 톱이나 와이어 커팅 방식을 사용하여 진동피해를 줄이는 기법들도 많이 사용한다. 특히 공주보 구조물은 하단의 보 부분과 상단의 교량 구조물의 합체이므로, 구조적으로 안전하게 공도교만 떼어내는 것이 현재 우리 기술 수준으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의 강은 자연성이 회복된 친환경적인 강으로 되살아나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가 없거나 경제적으로 효용이 떨어지는 보들은 우선적으로 해체해 나가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중요한 현안이 아닌가 생각한다.

박재현 인제대 교수 토목공학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