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파동’의 가장 큰 책임은 청와대에 있다. 청와대는 “단순히 재산이 많다는 게 결격사유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헌법재판관이 다른 공직자보다 높은 도덕성과 청렴성을 요구받는 자리라는 점은 간과했다. 전 재산 42억여원의 83%인 35억여원 상당을 주식으로 보유하고, 이들 주식 중 절반가량이 특정업체 것이라는 사실이 주권자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고려하지 않았다. 인사청문회에서 이 재판관은 ‘청와대에 어떻게 해명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배우자가 주식 거래를 다 했(다고 밝혔)고, 특별한 자료는 제출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검증이 보다 철저했다면 보유 주식과 관련한 이해충돌 의혹 등이 걸러졌을 가능성이 크다. 2017년 이유정 후보자가 주식 관련 의혹으로 사퇴한 전례를 떠올리면 청와대의 검증 부실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이 재판관은 취임사에서 “공직자의 행위는 위법하지 않거나 부도덕하지 않은 것을 넘어 한 치의 의혹도 남겨서는 안된다는 점을 깨달았다”며 “국민의 질타를 마음 깊이 새겨 행동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의 다짐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나, 개인 차원의 자성에 머물러선 안된다. 현재 법관은 고법 부장판사급 이상에 한해 본인·배우자·직계가족 등의 보유 주식이 총 3000만원을 초과하면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도록 돼 있다. 이 재판관의 경우 지법 부장판사여서 적용 대상이 아니었다. 고법 부장판사보다 하위 법관이라 해도 기업 관련 정보를 얻을 기회가 있는 만큼, 적용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법관윤리강령도 ‘재판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초래할 경우 경제적 거래행위를 하지 않는다’고만 돼 있는데, 주식투자 금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 주식 문제와 별개로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의무도 강화해야 마땅하다. 국회 인사청문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 역시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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