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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노인·여성 등 약자 상대로 계획 범죄? 안인득 "그런 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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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안인득 유치장 독방서 조용히 지낸다"

세계일보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씨가 병원을 가기 위해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불을 지른 뒤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공분을 산 안인득(42)씨가 신상공개 결정 이후 처음으로 언론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안씨는 19일 진주시내 한 병원에서 다친 손을 치료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나섰는데요.

전날(18일) 경남지방경찰청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하면서 안씨가 진주경찰서를 빠져나가는 동안 마스크나 모자 없는 그의 얼굴이 언론에 고스란히 노출됐습니다.

그간 언론에 노출될 때면 그는 마스크를 쓰거나 후드를 깊게 눌러썼는데요. 안씨는 줄무늬 티셔츠에 짙은 남색 카디건과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는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섰습니다.

포승줄에 묶인 양손은 상처 치료를 위한 흰색 붕대로 둘둘 감겨 있었는데요. 취재진 질문이 쏟아지자 그는 무덤덤한 표정에 차분한 어조로 또박또박 답을 이어갔습니다.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죄송하지만, 저도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해 하소연을 했다"며 "하소연을 해도 경찰이나 국가로부터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해 화가 날 대로 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진주시 부정부패가 심하다"며 "여기에 하루가 멀다고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조사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얼굴 드러낸 안인득 "부정부패 심하다…당하는 사람 얼마나 많은지 조사해달라"

여성 등 특정인을 목표로 범행을 저질렀느냐고 묻자 "그런 것은 아니다"고 했으며 억울한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잘못에 대해서는 처벌받겠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계획 범죄 여부에 대해서는 "준비가 아닌 불이익을 당하다 보면 화가 나서"라고 부인했는데요. 유치장을 나와 경찰서를 빠져나가는 과정에서 안씨는 슬리퍼가 벗겨져 다시 신기도 했습니다.

경찰서 주변에는 소문을 듣고 구경 온 시민 10여 명이 이 모습을 지켜봤는데요. 한 시민은 "잘못했더구먼. 미친X"라고 고함치기도 했습니다.

이날 안씨는 특별한 조사 없이 진주경찰서 유치장에 계속 있다가 치료를 위해 경찰서를 나선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는 범행 당시 대피하는 주민들에게 흉기를 휘두르다 자신의 손까지 다쳤습니다.

병원 치료는 지난 18일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안씨는 소독 등 다친 양손에 간단한 치료를 받은 뒤 곧바로 경찰서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그가 앓고 있는 조현병은 치료감호소에서 장기간 정밀진단을 거쳐야 합니다. 정신병력과 관련한 검사나 면담 등은 경찰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때까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안씨는 유치장 독방에서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조용히 지내고 있다"며 "수사에 진척이 있으면 다시 그를 대상으로 조사를 재개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범행 동기 오리무중?…계획범죄 정황 속속 드러나

이런 가운데 안씨가 여전히 범행동기 등에 대해 횡설수설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애를 먹고 있습니다.

특히 안씨 정신병력과 관련해 일반적인 공문으로 확인이 불가능, 경찰이 관련 검증영장을 집행중이지만 다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안씨가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프로파일러 2명을 투입, 그의 정신·심리상태와 관련한 분석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씨가 피해망상 증세를 보이는 데다, 사건 외적인 개인 신상을 밝히길 꺼리고 있어 진술을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입니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통해 다른 병원에서 진료를 받거나 추가 정신병력 기록이 있는지 등도 함께 살펴보고 있습니다.

다만 과거 정신질환으로 인한 치료 경력은 확인되지만, 압수수색 검증영장을 집행한 뒤 개별 병원에 일일이 문의해야 하므로 정확한 정신병력 확인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압수한 안씨 휴대전화 분석은 물론 피해자와 목격자를 대상으로 당시 범행상황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그가 범행에 사용한 흉기 두 자루도 언제·어디서 구매한 지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혐의로 구속된 안인득(42)씨가 병원을 가기 위해 19일 오후 경남 진주경찰서에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씨 진술과 별개로 계획범죄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는데요.

경찰은 사전에 셀프주유소에서 휘발유를 사 온 점, 대피하는 주민들 급소를 노려 흉기를 휘두른 점 등을 봤을 때 살인 고의성이 상당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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