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불법 비자금, 이혼소송서 핵심 증거로 채택
이혼소송 별개로 '비자금 실체 밝혀라' 여론 높아
뉴시스 창립 기념 여론조사서 수사 응답 67%
불법 비자금, 개인 재산 만드는 선례 남겨선 안돼
공소시효 지났어도 여야, '비자금 몰수법'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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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현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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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창간 23주년 기념 설문조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을 끝까지 추징하고 환수해야 한다는 응답 결과가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향후 진행 예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대법원 상고심과 별도로 노태우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 문제에 대해 합당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14일 뉴시스 창간 23주년 기념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 관련 대법원 심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이혼 재판의 관련성과 별개로 충분히 심리해야 한다'는 응답이 66.1%로 나타났다.
사실상 이번 설문 응답자 10명 중 7명꼴로 대법원이 노태우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을 심리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이는 '이혼 재판과 직결된 문제가 아니기에 심리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률 18.1%보다 48.0%포인트(p) 더 많은 응답률이다.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불법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 필요성을 바라는 민심도 읽을 수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66.9%가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기에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고 답한 것이다. 반면 '검찰 수사가 한 차례 완료됐기에 수사할 필요가 없다'는 응답은 21.6%에 그쳤다.
불법 비자금, '세기의 이혼'에 영향 줄지 주목
이에 따라 향후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대법원 상고심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 문제가 핵심 변수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국민 여론이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미공개 불법 비자금은 이혼소송 2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에 결정적 근거가 됐다. 하지만 정작 비자금 조성 경위와 불법성 여부는 아예 따지지 않아, 이혼소송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진단이다.
특히 불법 비자금 존재 사실이 드러났지만 노 전 대통령이 사망한 상황에서 재산 상속권자인 가족들을 상대로 이를 추징하거나 환수하는 법적 절차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이전 검찰 수사에서 밝히지 못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불법 비자금 실체가 또 한번 드러난만큼 이 비자금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는 게 국민들이 바라는 바다.
16대 국회의원을 지낸 이희규 한국노년복지연합 회장은 이미 '비자금 진위를 수사해달라'는 고발장을 검찰에 접수했다. 서울중앙지검도 이 사건을 범죄수익환수부에 배당했다. 범죄수익환수부는 부정부패나 불법행위 등 범죄로 얻은 수익을 추적해 국고로 환수하는 기능을 전담하는 부서로, 지난 2018년 신설됐다.
검찰에서는 '선경(SK) 300억' 메모가 최태원-노소영 이혼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됐기 때문에 비자금 은닉과 조세포탈 혐의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모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2심 재판에서 노 관장이 제출한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다. 이는 노 전 대통령 비자금의 상당 금액이 최 회장 부친인 최종현 SK그룹 선대회장에게 전달됐다는 노 관장 측 주장의 근거가 됐다.
방효경 법률사무소 다반 변호사는 "비자금의 실체에 따라 이혼소송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비자금 자체의 불법성 여부를 떠나 실질적으로 불법 비자금이 있었고 재산 증식에 기여했다는 판단이 나올 경우 노 관장에게 유리하고, 반대로 불법 비자금이 재산증식에 기여한 게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최 회장에게 유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사법당국이 노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를 본격적으로 파고 들면 이 비자금을 근거로 SK그룹에 기여도가 있다고 한 이혼소송 2심 판결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법원도 이 문제를 신중히 다뤄 심리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 소송 항소심 2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2024.04.16. kgb@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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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 지났지만…여야, '비자금 몰수법' 촉각
이번 여론조사에서는 노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 수사가 공소시효와 상관없이 이뤄져야 한다는 응답도 월등히 높았다.실제 '노태우 전 대통령 불법 비자금 공소시효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질문한 결과 '법을 개정해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56.7%로, '현행법에 따라 시효소멸을 인정해 수사할 필요가 없다' 31.7%보다 25.0%p 높게 나타났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1996년 대법원에서 12·12 군사반란과 함께 5·18 광주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혐의가 인정돼 징역 17년,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받았다가 1997년 12월 사면됐다.
하지만 이 추징금 외에 추가 은닉 자산이 있다는 의혹을 받았고, 실제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소송에서 추가로 300억원 비자금의 실체가 드러났다.
다만 이 300억원이 전달된 시점은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제정되기 전이고, 조세포탈 혐의도 공소시효가 지난 시점이어서 검찰 수사 가능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법 비자금 수사 여론이 높아지며 공소시효에 문제를 삼은 경우 공소시효 법 개정을 끌어낸 이전 사례도 없지 않다.
2015년 7월 개정된 형사소송법, 일명 '태완이법'이 단적인 예로 1999년 5월 집 앞 골목길을 지나던 6살 태완이에게 정체불명의 괴한이 황산을 끼얹었고 태완이는 49일 만에 사망했다.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제2의 태완이가 나오지 않게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고, 2015년 공소시효 만료가 임박하고 살인죄 공소시효를 없애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며 법 개정까지 이어졌다. 살인죄 공소시효는 결국 폐지됐다.
특히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 비자금과 관련된 이른바 '비자금 몰수법'을 발의하는 등 하는 등 여야 모두 불법 비자금에 대해 단호한 모습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재판부가 '선경 300억'이라는 메모를 증거로 인정한 것은 사실상 SK그룹 발전 과정에서 300억원이라는 비자금을 인정한 것이고, 이 불법 비자금에 대해선 세금 부과는 물론 추징, 환수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경태 의원은 "어떠한 불법 자금도 상속되어서는 안되고 특히 헌정질서 파괴로 인한 비자금의 경우는 더더욱 개인 자산이 될 수 없다"며 "그렇기 때문에 몰수, 추징 등의 방법으로 국고로 환수해 전 국민들이 누려야 할 자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lovelypsych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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