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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톈안먼 사태’ 떠올라”…라이카, 새 홍보 영상에 中 여론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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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카메라 업체 라이카가 중국 공산당 정권이 금기시해온 1989년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사태’를 연상케 하는 홍보 영상을 공개해 역풍을 맞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9일 "라이카가 중국의 ‘뜨거운 감자’인 30년 전 톈안먼 사태를 다룬 홍보 영상에 관한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주 초 공개된 ‘더 헌트(The Hunt·사냥)’라는 제목의 라이카 홍보 영상은 약 5분 분량으로 제작됐다. 이 영상은 사진기자들의 렌즈를 통해 담은 전쟁과 갈등의 순간들을 묘사했다. 이 가운데 중국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연상시키는 장면이 담기며 논란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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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홍보 영상 ‘더 헌트(The Hunt)’의 한 장면. 한 서양인 사진기자가 건물 안에서 창문을 통해 바깥을 촬영하고 있다. 카메라 렌즈에는 탱크 한 대와 이를 막고 있는 한 남성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친다. 이는 1989년 수많은 사상자를 낸 중국 톈안먼 사태의 ‘탱크맨’을 촬영한 AP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를 표현한 것으로 추정돼 중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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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된 장면은 톈안먼 사태 당시 탱크 행렬을 막는 시위자의 모습을 촬영한 AP 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를 표현한 듯한 장면이다. 이 장면에서 등장한 사진기자는 한 건물 안에서 창문을 통해 무언가를 촬영한다. 그의 카메라 렌즈에는 탱크와 그 앞을 가로막은 한 사람의 모습이 어렴풋이 비친다.

실제로 와이드너는 톈안먼 사태 당시 묵고 있던 톈안먼 광장 인근 베이징 호텔 6층 발코니에서 질주하는 탱크 4대에 맨몸으로 맞선 청년을 포착했다. 일명 ‘탱크맨’으로 불리는 사진이다.

톈안먼 사태는 중국 공산당 정권이 1989년 6월 4일 베이징의 톈안먼 광장에 모여 민주화를 외치며 시위를 벌이던 학생, 노동자, 시민들을 계엄군을 동원해 탱크와 장갑차로 해산시키며 수많은 사상자를 낸 사건이다. 희생자 수는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중국과 소련의 정상회담 취재차 중국을 방문했던 외신 기자들은 이 사태를 즉각 보도했고, 세계 각국의 비난이 중국 정부로 향했다.

이후 중국 공산당은 톈안먼 민주화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고 이에 관한 모든 것을 금기시해왔다. ‘톈안먼’ ‘1989년 6월 4일’ ‘6-4’ ‘6·4’ 등은 중국 인터넷에서 검색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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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6월 5일 AP사진기자 제프 와이드너가 텐안문 광장 인근의 베이징 호텔 6층 발코니에서 촬영한 사진 ‘탱크맨’. /조선DB


특히 올해는 톈안먼 사태 30주년을 맞아 긴장감이 한층 고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카가 톈안먼 사태를 다룬 듯한 홍보영상을 내놓은 것이다.

중국 당국은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다. 현재 라이카 홍보영상은 중국 내에서 접속이 되지 않는다.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를 비롯한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라이카’라는 단어도 검색되지 않고 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라이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라이카가 톈안먼 사태의 아픔을 상업적으로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일각에는 이 영상을 지지하는 반응도 나온다. 이들은 계속해서 라이카 영상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계속되자 라이카도 진화에 나섰다. 중국은 라이카의 최대 시장이다. 라이카는 2016년부터 중국 통신장비 제조사인 화웨이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휴대전화용 카메라를 공급해 왔다.

라이카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 영상이 회사가 공식 승인한 영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혔다. 논란에 대한 ‘거리두기’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이 영상은 세계적인 광고 에이전시인 브라질의 F/NAZCA사치&사치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이카는 또 이 영상을 회사의 공식 미디어 채널에도 공유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했다.

[이선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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