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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화석 물고기’ 실러캔스는 왜 ‘콩알’만 한 뇌를 지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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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둘로 나뉜 두개골의 1% 차지…거대한 척삭과 전기 감지 기관 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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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8년 남아프리카 앞바다에서 발견된 실러캔스는 살집이 있는 8개의 지느러미가 달린 거대하고 괴상하게 생긴 물고기였다. 과학자들은 곧 이 물고기가 4억년 전 화석으로만 발견되던 6600만년 전 멸종한 어류와 비슷하다는 사실을 알았다. 실러캔스는 인간을 포함해 네 발로 걷는 육상 척추동물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밝혀줄 ‘살아있는 화석’으로 유명해졌다.

특이하게 실러캔스의 두개골은 고대 화석 물고기처럼 두 칸으로 나뉘어 있었고, 그 속의 뇌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작았다. 왜 고대 물고기의 두개골은 둘로 나뉘었다 사지로 걷는 육상동물에서는 하나가 됐을까. 또 뇌는 왜 이리 작을까.

휴고 두텔 영국 브리스톨대 고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18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첨단 분석장치를 이용해 이런 오랜 수수께끼의 일단을 해명했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박물관에 보관된 임신한 실러캔스를 해부하지 않고 엑스선 스캐닝을 통해 3차원 모델을 만드는 방식으로 이 물고기의 태아가 발달하면서 두개골과 뇌 구조가 어떻게 변하는지 처음으로 알아냈다. 실러캔스는 뱃속에서 알이 깨어나 새끼를 출산하는 난태생 방식으로 번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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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결과 이 물고기의 뇌는 두개골 용량의 1%를 차지할 정도로 작았다. 뇌는 뒤 두개골 가운데 작은 끈 형태로 남았다. 두개골이 커지는 속도에 견줘 뇌가 매우 느리게 성장한 결과였다.

대신 비대한 척삭이 척추와 뒤 두개골 아래에 자리 잡았다. 척삭은 대부분의 척추동물의 초기 발달과정에서 퇴화하는 기관이다.

연구에 참여한 존 롱 영국 플린더스대 교수는 “척삭이 특별하게 발달하면서 두 개의 두개골이 연결된 독특한 구조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며 “척삭은 일부 물고기의 뇌 아래 작은 막대 형태로 퇴화하는데, 실러캔스에서는 뇌보다 50배 크기로 극적으로 팽창했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그는 “실러캔스의 뇌 성장 과정은 우리와 같은 영장류의 뇌가 급격히 자라는 것과 선명하게 대조된다”며 “큰 척삭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있으면서 두개골이 딱딱하게 굳는 것을 가로막음으로써 두개골이 두 부분으로 나뉘게 됐다”고 설명했다.

두개골 속에는 뇌보다 훨씬 큰 ‘주둥이 기관’이 달려 있는데, 여기서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도 실러캔스의 뇌가 작은 한 이유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 기관은 캄캄한 바다에서 먹이를 찾을 때 쓰는 전기 감지 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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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러캔스는 남아프리카 동해안의 코모로 제도와 인도네시아의 술라웨시우타라에 살고 있다. 이들은 낮에 심해 동굴에서 지내다 밤에 해저 절벽에서 먹이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자가 거의 없는 심해 동굴에 살아 과거의 형태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고대의 원시적 물고기 상태로 고정된 것은 아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는 “변화가 느렸을 뿐 진화가 멈췄던 적은 없다”고 말해 준다(▶관련 기사: 지느러미로 걸었을까, 실러캔스 7천만년의 비밀).

실러캔스는 우리가 흔히 보는 물고기보다는 사람 등 네발로 걷는 척추동물에 가깝다. 그러나 사지보행 동물의 직접 조상은 아니다. 최근의 분자생물학과 화석 연구는 실러캔스보다 폐어의 조상이 우리와 같은 척추동물을 낳은 것임을 보여준다.

두텔 박사는 “실러캔스와 관련해 찾아낸 답보다 답을 기다리는 질문이 많다. 이 물고기는 척추동물 진화를 이해하는 많은 단서를 품고 있는 만큼 멸종하지 않도록 보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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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러캔스는 어획 대상 종은 아니지만 부수 어획 또는 표본용으로 포획되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개체수가 500마리 미만인 인도네시아 실러캔스를 멸종 위험이 가장 큰 ‘위급 종’으로, 개체수가 1만 마리 이하인 아프리카 실러캔스를 ‘취약종’으로 지정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Hugo Dutel et al, Neurocranial development of the coelacanth and the evolution of the sarcopterygian head, Nature 2019, https://doi.org/10.1038/s41586-019-1117-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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