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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트럼프, 뮬러 특검 지명에 “난 망했다”…11가지 사법방해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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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페이지 뮬러 특검 보고서 공개

“러시아와의 공모 밝혀내지 못했다”면서도

“사법방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불씨 남겨

의회 차원의 사법방해 조사 가능성도 제기

트럼프는 “게임 끝났다” 완전한 승리 선언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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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을 수사한 로버트 뮬러 특별검사의 해임을 시도하는 등 11건에 이르는 사법방해 시도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러시아와의 공모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특검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적나라한 사법방해 시도가 드러나자 미국 주류 언론들과 민주당은 강공을 퍼붓고 나섰고, 이 문제가 계속 정치 쟁점화할 가능성도 떠오르고 있다.

이런 내용들은 18일 공개된 400여쪽의 뮬러 특검의 수사 보고서 편집본에서 드러났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및 사법방해 의혹 조사를 포함한 수사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여러 행위를 발견했다”며 “대통령은 수사를 통제하려는 일련의 행위들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대통령의 잠재적 사법방해 행위가 실패한 것은 그에게 해임당한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포함한 행정부 인사들이 지시를 거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보고서의 이런 내용과 평가는 앞서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4쪽 분량으로 밝힌 이 보고서의 결론과는 차이가 난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바 장관의 이런 발표를 근거로 특검 수사 결과는 ‘트럼프 대통령의 완전한 승리’라고 주장해왔다.

특검 보고서는 “대통령의 행위와 의도에 관해 우리가 확보한 증거는 범죄행위가 없었다는 결정적 결론으로 이어지는 데 어려운 문제를 제기한다”며 “따라서 보고서는 대통령이 범죄행위를 저질렀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고, 그가 무죄라고 선언하지도 않는다”고 밝혔다. 또 “철저한 조사 끝에 대통령이 사법방해를 저지르지 않았다고 결론을 내렸다면 우리는 그렇게 밝혔을 것”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사법방해 행위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리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의심할 만한 사실과 정황이 많다는 뜻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의회는 헌법이 규정한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 및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에 따라 대통령의 부정한 행위에 대해 사법방해 조항을 적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 보고서는 사법방해 시도와 관련해 무려 11가지를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뮬러 특검 해임 시도다. 보고서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6월 도널드 맥갠 당시 백악관 법률고문에게 전화를 걸어, 뮬러 특검이 제임스 코미 당시 연방수사국(FBI) 국장과 친하다며 “이해상충”을 이유로 특검을 해임하라고 종용했다. 하지만 맥갠은 “대통령의 지시를 따를 계획이 없었기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고 느껴 사임했다고 특검에 밝혔다. 2018년 1월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뮬러 특검 해임 지시에 관한 의혹을 보도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맥갠 고문에게 허위 보도라고 반박하라고 요구했다. 맥갠 고문은 거부했고, 백악관이 대신 나서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코미 연방수사국 국장을 압박하다가 여의치 않자 그를 해임해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막으려 했다. 그는 취임 뒤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미 러시아대사를 만나고도 허위 증언해 문제가 되자, 코미 당시 국장에게 “플린을 놔두라”고 요구했다. 또 코미 국장에게 자신의 무혐의를 공표하라고 압박을 넣었고, 코미 국장이 의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대상이냐’는 질문을 부정하지 않자 그의 해임을 결정했다. 백악관은 코미 국장의 해임을 법무부의 독립적 의견으로 포장하려고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법무부의 의견서를 받기도 전에 그를 전격 해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수사에 대한 지휘를 스스로 포기한 제프 세션도 전 법무장관도 강하게 압박했다. 세션스 당시 장관은 자신이 2016년 대선 선거운동 시간에 주미 러시아대사를 두 차례 만난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게 문제가 되자 로드 로젠스타인 부장관에게 특검 수사 지휘권을 넘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세션스 전 장관이 그럴 줄 알았다면 장관으로 임명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번 수사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세션스 전 장관에게 수사 지휘권 포기를 철회할 것과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조사를 시작할 것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세션스 전 장관은 결국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뒤 해임됐다.

트럼프 대통령 쪽은 힐러리 민주당 후보의 개인 이메일과 민주당 전국위원회 이메일을 폭로한 줄리안 어산지의 위키리크스 쪽과 접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선캠프의 릭 게이츠 부본부장은 특검에 “2016년 여름까지, 위키리크스의 향후 힐러리 이메일 폭로에 근거해 언론 전략과 커뮤니케이션 메시지를 계획했다”고 밝혔다. 당시 트럼프 대통려은 위키리크스의 추가 폭로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위키리크스와 직접 접촉하리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2016년 9월20일 선거캠프 고위 인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위키리크스로부터 이상한 트위터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최근 7년간의 영국 런던 에콰도르대사관 망명 생활 끝에 영국 경찰에 체포된 어산지는 당시 동료들과의 채팅에서 힐러리 후보에 대해 “똑똑하고, 연줄이 든든한, 가학적인 소시오패스(반사회 인격장애자)”라며 “공화당이 승리하는 게 훨씬 좋을 것”이라고 했다고 특검 보고서는 밝혔다. 위키리크스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힐러리를 성가시게 할 것”이라며 “우리는 미국 선거에서 플레이어가 되기를 원한다”고 했다. 위키리크스는 2016년 대선 때 러시아인들이 해킹한 이메일을 폭로했고, 민주당 쪽에서는 앞서가던 힐러리가 패배한 것은 위키리크스 때문이라고 보기도 한다.

이밖에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검 수사 착수 소식에 “젠장, 끔찍하다. 망했다. 내 대통령직은 이제 끝이다”라며 욕설을 퍼부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6월 뉴욕 트럼프타워에서 진행된 러시아 중개인과 자신의 선거캠프 쪽의 만남에 대해 거짓된 대응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번 보고서에는 특검팀이 자신들의 질문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서면 답변이 불충분하다고 봤으나, 그를 직접 심문하는 데 필요한 긴 법률적 싸움을 선택하지는 않은 것으로 판단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를 기소하려고 고려했으나, 그들이 의도적으로 법을 어겼다는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포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검 보고서 공개가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것이라고 거듭 주장했다. 특히 그는 뮬러 특검 해임 시도나 코미 국장 해임을 놓고 역공을 펼쳤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나는 원한다면 마녀사냥을 끝낼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뮬러를 포함해 누구라도 해임할 수 있었지만 그것을 선택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보고서 공개와 관련한 바 장관의 회견이 끝나자 “내가 계속 얘기한 대로 공모도 사법방해도 없었다”고 거듭 주장하며 “게임은 끝났다. 오늘은 좋은 날”이라고 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보고서의 내용이 대통령 탄핵 사유로 충분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탄핵을 주장해온 알 그린 하원의원은 “보고서가 충분한 증거를 제공해 준다”며 탄핵 추진을 주장했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탄핵 추진에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스테니 호이어 하원 원내대표는 “현재로서는 탄핵을 추진해야 할 만한 것을 보지 못했다”며 “18개월 뒤 선거에서 미국인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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