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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이미선 찬성 급증? 미묘하게 달라진 '여론조사 문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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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시작 전 관계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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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이미선 헌법재판관의 적격 여부에 대한 여론조사를 두차례 실시하면서 설문 문항을 바꿨으면서도 이에 대한 별다른 설명없이 2차 조사에서 여론이 호전됐다는 취지로 해석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지난 15일과 18일 두차례 이 후보자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CBS 의뢰로 조사해 15일 발표한 조사에서는 이 후보자의 헌법재판관 자격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적격’ 응답이 28.8%, ‘부적격’ 응답이 54.6%로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나 TBS 의뢰를 받아 조사해 18일 내놓은 결과에서는 ‘임명 찬성’ 응답이 43.3%, ‘반대’ 응답이 44.2%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불과 닷새만에 이 후보자 임명에 대한 호의적 여론이 14.5%포인트 증가하고 부정적 의견은 10.4%포인트 감소했다고 한 것이다.

리얼미터는 이같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18일 "여론 흐름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미선 후보자 측의 적극 해명 △주식 매도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일부 의원의 입장 선회와 더불어, 한국당 전·현직 의원의 ‘세월호 망언’ 후폭풍에 따른 기류 변화가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후보자에 대한 호의적인 여론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분석이었다. 여당에서도 이런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를 근거로 "여론이 호전됐다"고 했다.

그러나 두 조사의 설문 문항을 보면 내용이 미묘하게 달랐다. 리얼미터가 12일 실시해 15일 발표한 첫번째 조사에서는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자격'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이미선 후보자의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격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하지만 두번째 조사에서는 '이미선 후보자 임명에 대한 국민여론'이라는 제목으로 "여야 정치권이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두고 대립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국회에 다시 요청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선 후보자를 헌법재판관으로 임명하는 데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두번째 문항은 당사자에 대한 의견이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질문한 것"이라며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응답자들은 이 후보자에 대한 평가보다 문 대통령의 입장을 반영해 답변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문항을 물어봐 신뢰성(reliability)을 상실한 잘못된 문항 설정"이라면서 "서로 다른 체중계로 몸무게를 잰 것과 같다"고 했다.

리얼미터 측은 언론에 "두 설문조사가 다른 것은 맞는다"면서도 "질문을 바꾼 것은 인사청문회 직후와 청와대의 임명 강행 얘기가 나오는 상황의 정국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15일 발표한 설문조사는 12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4명의 응답을 통해 조사했다. 18일 발표한 설문 조사는 17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501명이 응답했다. 두 조사 모두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포인트이며, 자세한 여론조사 내용은 리얼미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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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전문업체 리얼미터가 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와 관련한 여론조사 실시 문항. 12일 조사 문항(위)과 17일 조사문항이 다르다./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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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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