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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나 죄 어수다’…생존한 제주4·3 수형인의 외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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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도민연대, 23일 4·3평화기념관서 사진전 개막

임창의 할머니 등 수형인 18명 3년 재심 과정 기록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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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죄 어수다(없습니다).”

제주4·3 도민연대는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기념관 전시실에서 사진전 <나 죄 어수다>를 연다. 제주4·3 당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임창의(98) 할머니 등 생존 수형인 18명의 재심 과정을 사진 50점에 담았다. 제목은 재심 선고재판 때 했던 임 할머니의 최후진술에서 따왔다. 임 할머니는 그날 이 한 마디 안에 70년 회한을 압축한 뒤 원고석을 내려왔다.

전시에는 2017년 4월19일 소장 제출부터 지난 1월17일 무죄 선고까지 재심의 전 과정이 담겼다. 또 3년 동안 생존 수형인 18명의 표정 변화와 4·3 도민연대의 명예회복 운동을 자세히 소개했다. 주름이 깊게 팬 생존 수형인 얼굴에는 두려움과 무서움을 넘어 원망마저 녹여버린 강인함과 생명력이 엿보인다.

앞서 제주지법은 지난달 “당시의 군사재판 자체가 원천 무효”라며, 임 할머니 등 18명의 공소를 기각했다. 이 판결로 이들을 70년 동안 옭아맸던 전과기록이 말소돼 불명예의 굴레를 벗어나는 법적 조처가 이뤄졌다. 시민단체들은 이를 줄기차게 이어져 온 4·3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운동의 역사적 성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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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인 사진가 이규철씨는 “여태껏 제주의 풍광과 아름다움을 보았지만, 그 속의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사진 작업은 육지 것이 제주의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과정이었다. 폭력과 야만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이분들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4·3도민연대는 “억울함을 푸는 데 70년이 걸렸다. 억울한 분들이 어찌 18분뿐이겠는가. 완전한 4·3 해결을 위한 진상규명과 희생자의 진정한 명예회복을 위해 계속 노력을 하겠다. 많은 이들이 전시를 보고 엄청난 희생을 치렀던 어르신들한테 따뜻한 위로를 건넸으면 한다”고 밝혔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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