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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심전·청전·소정…한국화 거장들과 만나는 두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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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갤러리현대서 잇따라 개막

연합뉴스

안중식 '도원행주도'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3·1운동이 일어나고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수립된 1919년은 한국 미술사에서도 분수령이 된 해였다.

오원(吾園) 장승업(1843∼1897)을 이은 조선의 마지막 화원인 심전(心田) 안중식(1861∼1919)이 그해에 세상을 떠났다. 안중식이 회장을 맡은 근대적 미술단체 서화협회는 분열됐고, 이듬해 심전의 동지인 소림(小琳) 조석진(1853∼1920)도 눈을 감았다.

김승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19일 "안중식 서거는 한 예술가의 죽음이 아니라 근대 서화에 있어 한 세대의 퇴장이면서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전환점이 됐다"고 강조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심전은 20세에 영선사 일원으로 중국 톈진을 방문했고, 이후에도 중국과 일본 여러 도시에 머물렀다. 1901년 귀국해 다음 해에 고종황제 재위 40주년 어진(御眞·임금 초상화)을 그리는 주관화사에 임명됐고, 1911년 서화미술회 교수로 부임했다.

김 연구사는 "1910년대는 일제의 무단통치가 강화되는 어두운 시기였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근대 화단이 활기를 띠고 다시 피어나던 시기였다"며 "서화가들은 공식적 활동을 했을 뿐만 아니라 직업과 신분에 관계없이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참여하는 사적인 모임도 즐겨 가졌다"고 설명했다.

전통과 근대, 동양과 서양 사이에서 고민한 심전은 여러 제자를 길렀다. 그중 한 명이 청전(靑田) 이상범(1897∼1972)이다. 그는 서화미술원을 수료한 1917년 안중식 화실인 경묵당에서 기거하며 그림을 배웠다.

이 무렵 서화미술원에는 소림의 외손자인 소정(小亭) 변관식(1899∼1976)이 입학했다. 이상범과 변관식은 노수현, 이용우와 함께 1923년 동연사(同硏社)라는 미술단체를 조직해 한국화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했다.

심전과 후대 인물인 청전과 소정은 오늘날 손꼽히는 근현대 한국화 거장이다. 이들은 조선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새롭고 독자적인 그림을 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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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식 '백악춘효' 가을본 일부
[국립중앙박물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최근 개막한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와 갤러리현대 기획전 '한국화의 두 거장-청전·소정'은 안중식, 이상범, 변관식의 다양한 작품을 소개하는 뜻깊은 전시다.

중앙박물관이 안중식 100주기를 맞아 마련한 '근대 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는 안중식을 필두로 여러 근대 서화가들이 남긴 그림, 글씨, 사진, 삽화 등 작품 약 100건으로 꾸몄다.

중앙박물관뿐만 아니라 삼성미술관 리움,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유한 안중식 걸작을 비롯해 그동안 존재만 알려진 일본 사노(佐野)시 향토박물관 소장품인 김옥균·박영효 친필 글씨가 공개됐다.

전시 제목은 심전의 대표작이라고 할 만한 '백악춘효'(白岳春曉)에서 따 왔다. 길쭉한 화폭에 아래에서부터 차례로 해태상, 광화문, 나무와 검은색 기와지붕, 웅장한 백악산을 묘사한 회화 두 점이 나란히 걸렸다. 봄이 아니라 각각 여름과 가을 풍경을 표현했다.

안중식이 1915년에 그린 '도원행주도'(桃源行舟圖)는 바라보는 순간 화사함이 전해진다. 화면에 녹색 산을 중첩해 배치하고, 곳곳에 분홍색 복사꽃을 그렸다. 백악춘효처럼 동양화 같기도 하고, 서양화 느낌도 든다.

이외에도 장승업 그림에 심전이 글씨를 쓴 게 그림, 안중식이 제자인 고희동·이도영과 함께 완성한 기명절지, 이도영이 1930년 서화협회전람회에 출품한 병풍 '나려기완도'(羅麗器玩圖)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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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전 이상범 '고원무림'(高遠霧林)
[갤러리현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화의 두 거장-청전·소정'은 안온하고 고른 청전과 들쭉날쭉하고 깔깔한 소정의 화업(畵業)을 대비해 보여준다. 두 사람의 작품이 각 40여점씩 출품됐다.

청전 그림으로는 안개 낀 숲을 표현한 '고원무림'(高遠霧林), 광복을 맞이한 기쁨을 담아낸 '효천귀로'(曉天歸路), 금강산 산수화가 나왔다.

황량한 농촌 풍경을 짙고 거친 먹선으로 나타낸 '농촌의 만추', 1959년과 1966년에 각각 완성한 동명 작품 '외금강 삼선암 추색'은 소정의 회화 세계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두 작가의 초기작부터 말년작까지 망라해 비교하는 대규모 전시는 근래에 거의 없었다. 전시 장소가 상업 갤러리라는 점도 의미 있다.

근대 서화 전은 6월 2일까지, 한국화의 두 거장 전은 6월 1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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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정 변관식 '농촌의 만추'
[갤러리현대 제공=연합뉴스 자료사진]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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