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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부동산신탁 뛰어드는 금융사들…"전망 녹록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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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회사들이 부동산신탁 사업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자본시장 노하우가 있는 데다, 신용등급이 높아 자금 조달이 쉽다는 강점이 있고, 기존 금융계열사들과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부동산신탁업이 아직 제한적인 분야에서 성업 중인 상황이고, 경험과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문제도 있어 당장 큰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신한금융지주가 아시아신탁을 자회사로 편입하도록 승인했다. 2006년 설립된 아시아신탁은 2018년 매출 기준으로 업계 7위인 신탁업체다.

신한금융지주는 ‘2020 스마트 프로젝트’라는 중장기 전략에 따라 비은행 계열사의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중이다. 지난 2017년 신한리츠운용을 설립했고, 지난해 아시아신탁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신한리츠운용의 사업 영역은 기존 건물을 임대·관리·매각하는 것으로 제한돼 있었다"면서 "건물을 짓기 전부터 컨설팅을 진행하는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토지개발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양 등은 자금조달이 중요한 분야인 만큼 부동산 계열사와 다른 금융사들이 시너지 효과도 낼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우리금융도 지난 2007년 설립된 국제자산신탁을 인수하기 위해 최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재 회계 실사와 법률 검토를 준비하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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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신탁업은 자본시장법 적용 대상이다. 관할 당국인 금융위원회의 사업인가를 받아야 한다. 부동산신탁제도가 도입된 1991년 이후 지금까지 인가를 받은 업체는 총 11곳이다.

금융회사들이 인수·합병(M&A)에 뛰어든 것은 기존 회사가 보유한 사업장과 인력, 노하우를 그대로 가져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이 필요하다. 신한금융은 우선 아시아신탁 지분 60%를 1934억원에 사고, 나머지 지분 40%는 2022년 이후 금액과 시기를 협상해 인수하는 조건으로 M&A를 진행했다. 인수하는 데 3000억원쯤의 거액이 드는 셈이다.

반면 증권회사들은 처음부터 자체적으로 사업을 꾸리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에 예비인가를 신청한 12개 금융사 중 한국투자금융지주, 신영·유진투자증권 컨소시엄, 대신금융그룹 등 3곳은 본인가를 준비하고 있다. 한양증권은 매출 기준으로 부동산신탁업계 2위인 한국자산신탁과 협력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P2P(개인 대 개인)투자를 활용한 부동산금융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할 준비를 하는 것"이라며 "오는 9월까지 본인가를 받아야해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부동산신탁업에 대한 기대가 너무 크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직 국내 부동산신탁업체들의 매출이 서울과 수도권의 재개발·재건축 등 주택정비사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재건축이나 토지개발 업무를 하려면 사업지 선정과 입찰, 분쟁 조율 등 부동산 개발 관련 노하우가 필요한데, 신규 신탁업체에는 이런 경험이 있는 인력이 많지 않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한 부동산신탁업체 관계자는 "(부동산신탁업은) 전문 인력과 경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처음 몇 년 동안은 실적을 내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재건축 등) 정비 사업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미분양 등 우려 때문에 지방보다 서울에 무게가 쏠린 편인데, 최근 정부 기조를 봤을 때 앞으로 2~3년 동안 (서울 재건축 사업은)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고 평했다.

유한빛 기자(hanv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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