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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기술이 왜 사람을 공격하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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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람의 자리-과학의 마음에 닿다
전치형 지음/이음·1만3000원

한국이 폐허에서 신흥 공업국가로 급성장한 동력은 과학기술이다. 한국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연구개발(R&D) 비중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1년에 5만여편 국제 학술지(SCI) 논문을 발표하는 ‘과학입국’이다. 한국의 과학기술정책은 ‘빠른 추격자’ 전략의 산업정책을 닮아, 성공 확률이 높고 돈 되는 연구개발에 쏠린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4차산업혁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성찰적 논의를 생략한 ‘장밋빛 미래’다.

전치형은 한국 과학기술의 메카인 한국과학기술원 교수로, 국내 과학계에 희소한 목소리를 내는 소장학자다. 그의 첫 책 <사람의 자리>는 효율성과 혁신이 주도하는 과학기술 담론에서 기술이 무엇을 위해, 어떠한 방식으로 존재해야 하는지 묻는다.

풍요와 편리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기술이 사람에 대한 성찰을 결여할 때 어떻게 흉기가 되는지 과학기술계는 거의 말하지 않는다. 4대강, 가습기살균제, 온라인 댓글조작, 반도체노동자 백혈병, 미세먼지, 세월호가 사례다.

기술이 문제를 해결해주길 기대하지만, 공동체의 문제는 사람들이 고민하고 책임져야 할 영역일 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첨단기술이 일자리를 위협하는 공포담론에서 혁신적 생존법을 강요받지만, 기술에 깊이 의존한 우리 일상은 스크린도어 점검 노동자처럼 소리없이 기기를 점검하는 이들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 저자는 “로봇이 누구를 구해야 하는가”라는 가상의 문제를 “사람을 구하는 일에 기계는 어떻게 도움을 주도록 설계되어야 하는가”라는 현실의 과제로 바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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