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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미디어·드라마셀러라더니 이젠 유튜브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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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생각] 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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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오프라 윈프리 지음, 송연수 옮김/북하우스(2014)

책 소개를 드라마처럼 한다기에 구독 버튼을 누르고 동영상 몇 편을 살펴봤다. 솔직히 드라마 같은 재미는 느낄 수 없었지만 확실히 대중의 이목을 끄는 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때로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때로는 거의 눈물이 날 것 같은 표정을 지어가면서 그녀는 열정적으로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스타 강사이면서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미경씨는 그렇게 자신이 운영하는 김미경티브이(MKTV)에 매주 책에 대한 동영상을 만들어 올리고 있다. 한때 ‘언니의 독설’로 유명했던 김씨는 올해 초 ‘김미경티브이 유튜브 대학’을 설립하고 ‘오늘을 살아가고 내일을 꿈꾸게 하는’ 비전을 품은 동영상 채널 김미경티브이를 운영 중이다. 김미경티브이 구독자는 60만명에 육박하며, 구독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그녀를 큰언니로 ‘모시는’ 여성들이다. 그래서일까? 김미경티브이의 ‘김미경의 북드라마’ 코너에서 소개된 책들은 여성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등극하고 있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가 쓴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대표적인 수혜주다. “정말 나를 위해 쓴 책이구나, 너무나 반드시 마주해야 할 책을 이분이 썼구나, 너무 고마워서 쫓아가서 밥이라도 사고 싶은데 미국이라 못 가겠어” “여자라고 생긴 분은 꼭 다 읽으시기 바랍니다” “정말 믿을 만한 언니가 쓴 책입니다”…. 김미경씨는 20분 남짓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이란 책을 소개하면서 온갖 극찬을 늘어놓는다. 자신이 강사 생활을 시작했던 30대 시절에 만난 윈프리를 20여년 만에 다시 만났다면서, 고통, 역경, 상처, 수치심, 불행 등을 극복하는 진리가 몽땅 다 들어 있다고 전한다. 감동받은 내용들을 낭독하면서, 윈프리의 문장 속에 김씨 자신의 인생을 투영시킨다. 그리고 윈프리처럼 감사 일기를 써보길 제안하면서 책 소개를 마무리한다.

사생아로 태어나 성적 학대를 당했던 한 흑인 소녀가 온갖 불행을 딛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될 수 있었던 이야기를 담은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은 분명 좋은 책이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었던 때가 2014년 12월, 안타깝게도 출간 당시에는 그다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김미경티브이가 꺼져가는 불씨에 다시 불을 지폈다. <내가 확실히 아는 것들> 외에도 <말센스> <걷는 사람, 하정우> <댄 애리얼리, 부의 감각> 등, 김미경씨가 픽업한 책들은 예외 없이 베스트셀러 차트 역주행 중이다. 김씨처럼 요즘 유튜브에는 책을 소개하는 영상을 올리는 소위 ‘인플루언서’들이 많다. 인플루언서들은 저마다의 기준으로 책을 고르고 소개하면서 유력한 홍보 채널임을 자처한다.

상황이 이쯤 되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 출판사들의 치열한 선정 경쟁이 시작됐고 벌써 이런저런 잡음들이 들려오고 있다. 미디어셀러, 드라마셀러, 그리고 유튜브셀러까지…. 이제는 책 혼자의 힘으로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일은 불가능해진 것일까?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고 있자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어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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