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회사들이 지난달 치매보험 절판 마케팅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일부 생보사는 1~2월 두 달 간 판매한 것보다 많은 실적을 3월 한 달에 올리며 시장점유율(MS)이 껑충 뛰었다. 치매보험 하나로 업계 판도까지 뒤바뀐 셈이다.
◇절판 대박, MS 껑충 뛴 한화·농협생명=1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절판마케팅이 절정에 달한 지난 3월 치매보험 ‘영업대란’의 승자는 한화생명과 NH농협생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대형사 중 가장 먼저 경증치매까지 보장하는 상품을 출시한 한화생명은 2월까지 두 달 간 약 10만5000건을 판매했는데, 3월에는 한 달 만에 이를 훌쩍 뛰어넘는 약 12만건을 팔아치웠다. 3월 말까지만 상품을 판매하고 일시 중단하면서 "가입할 마지막 기회"라는 절판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화생명은 지난 1일부터 해당 치매보험을 팔지 않고 있다. 상품의 보장 담보와 진단자금 등 보험금을 일부 개정해 오는 20일부터 판매를 재개할 계획이다. 중증치매 시 매월 간병자금으로 100만원씩 종신토록 보장하던 것을 15년으로 줄이고 대신 단계별 치매 진단자금을 높인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생명도 3월 한 달 간 치매보험을 약 8만건 판매했다. 1~2월 두 달 동안 약 4만여건을 판매한 것을 감안하면 실적이 두배 이상 늘었다. 현재까지 누적 판매는 약 14만 건으로 농협생명 출범 후 단일상품으로는 가장 많이 팔렸다. 농협생명은 상품판매를 중단하지 않았지만 이달부터 바뀐 경험생명표에 따라 보험료를 일부 인상했다. 영업현장에서는 다음 달 보험료가 오르기 전에 가입하라는 절판마케팅이 기승을 부린 것으로 전해진다.
치매보험이 선전하면서 한화생명과 농협생명의 시장점유율도 크게 올랐다. 월 초회보험료 기준 지난해 4분기 전체 보험사 4위에 그쳤던 한화생명은 올 1분기에 2위로 올라섰고, 농협생명은 11위에서 8위로 도약했다.
◇“보험료 올라요” 절판한 치매보험, 리스크 부메랑 우려=대형사 중 가장 늦게 치매보험을 출시한 교보생명은 출시 한 달여 만에 1만7000건을 판매했고, 치매 단독상품보다 보험료가 비싼 종합간병보험을 출시한 삼성생명은 3월에 약 1만5000건을 팔았다.
손해보험사 중에서는 삼성화재가 약 1만6000건을 판매하며 절판 효과를 가장 크게 봤다. 그 뒤는 현대해상(약 8800건), NH농협손해보험(약 6700건) 순이었다. 한때 경증치매에 가장 많은 진단금을 주는 상품을 팔았던 메리츠화재는 약 6000건을 파는데 그쳤다.
보험사들이 이달부터 보험료를 올리거나 보장을 축소할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내세워 판매를 서둘렀던 만큼 불완전판매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치매보험의 경우 현재 경증 치매보험 약관과 보험료 적정성에 대해 금융당국이 감리를 진행하고 있다. 경증 치매 보장과 관련해 추후 민원이나 분쟁 우려도 적지 않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판매에서는 효자 노릇을 했지만 도덕적해이나 분쟁 등 리스크가 큰 만큼 추후 ‘대박’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혜영 기자 mfuture@mt.co.kr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