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서울올림픽과 함께 탄생
해외여행 자유화로 황금기
독이 된 잇따른 인수 합병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주력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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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확정하면서 박삼구 회장 일가의 경영 체제를 끝내고 새 주인을 맞이하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의 출범은 1988년 서울올림픽 덕이었다. 전두환 정권 당시 88서울올림픽을 겨냥해 제2의 민간정기항공운송사업자로 금호그룹을 선정했고 서울항공이 출범했다. 서울항공은 88년 8월 지금의 아시아나항공으로 사명을 바꾸고, 12월 첫 국내선에 취항했다.
보잉 737기 한 대로 국내선 전 노선을 커버하다가 89년 제주 노선 취항과 함께 본격적인 항공기 도입에 나섰다. 복수 민항기 경쟁체제를 확립하려는 정부 방침과 맞물려 아시아나항공의 사세는 급격히 확장했다. 89년 정부의 해외여행 자유화 시행 및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쟁으로 90년대 국내 항공업계는 황금기를 맞았다.
93년 전남 목포 아시아나항공 733편 추락 사고와 97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 위기를 넘긴 아시아나항공은 2003년 항공동맹 ‘스타얼라이언스’에 가입하면서 글로벌 경쟁에 나서기도 했다.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취임한 것도 이즈음이다. 박 전 회장은 ‘영원한 39(삼십구)세’로 불렸다. 나이에 비해 생각이 젊다는 뜻을 담은 이 별명을 박 회장도 좋아했다.
[아시아나 항공기에 적재되는 화물][아시아나항공 제공=연합뉴스] <저작권자 ⓒ 2017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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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무리한 사세 확장은 결국 발목을 잡았다. 충분한 자금 없이 무리하게 인수에 나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차입금 규모가 급격히 늘어났고,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덮치면서 돈줄이 막혔다. 유동성 위기는 그룹 전체를 흔들었다.
2009년 재무구조 약화로 재무구조 개선 작업(워크아웃)에 들어갔고 경영권은 산업은행에 넘어갔다. 이 과정에서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은 매각됐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다시 인수해 그룹 정상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금호타이어 인수가 자금 압박으로 무산되면서 그룹 재건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재계에선 박 전 회장의 M&A가 아시아나항공을 매각으로 몰아간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재계 관계자는 “무리한 확장 경영은 아시아나항공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왔다”며 “과거의 방식으로 사세를 확장하려는 박 전 회장의 경영 방침이 현재 상황을 만든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설립 이후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러다 2016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하면서 2016년 매출 5조 7635억원에 영업이익 2564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엔 매출 6조 5941억원에 영업이익 2456억원, 지난해엔 7조 1833억원의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82억원에 그쳤고 순이익은 마이너스 1958억원, 부채비율은 649%다.
박주미가 29일 2016 '스타의 밤 대한민국 톱스타 시상식'이 진행된 서울 용산구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 레드카펫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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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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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보영이 18일 오후 서울 강남구 임피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tvN 새 수목드라마 '마더'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미소를 짓고 있다. '마더'는 엄마가 되기엔 차가운 선생님(이보영 분)과 엄마에게 버림받은 8살 여자 아이(허율 분)의 진짜 모녀가 되기 위한 가짜 모녀의 가슴 시린 러브 스토리를 담은 드라마다. 2018.1.18./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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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가려 2등에 머물렀지만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슬로건 아래 깨끗한 이미지를 키워왔다”며 “1995년 세계 최초로 전 노선 기내 금연을 시행하면서 주목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사람들’이란 슬로건을 앞세운 아시아나항공 CF는 스타 등용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배우 박주미는 93년부터 2000년까지 역대 최장 기간 아시아나 항공 모델로 활동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배우 한가인도 아시아나항공 CF를 통해 데뷔했으며, 배우 이보영도 이 회사의 모델로 활약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매출의 61%를 차지하는 아시아나항공이 팔리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금호고속과 금호산업만 남는 중견 그룹으로 쪼그라든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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