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아시아나그룹이 아시아나항공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에 박삼구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 회장의 경영 복귀는 없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나 담보로 제공하겠다는 지분 대부분이 과거 또 다른 채무의 담보로 제공돼 있는 상태여서 금융당국과 산은이 강조했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산은)은 10일 "금호그룹이 전날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안을 제출했다"며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자구안의 골자는 박 전 회장 일가의 금호고속 지분 전량을 채권단에 담보로 내놓고,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보유 자산을 포함한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지원자금을 상환하겠다는 내용이다.
금호그룹은 "박 전 회장 아내와 딸의 금호고속 보유지분 4.8%를 담보로 제공하고, 금호타이어 담보 지분을 해지하면 박 전 회장과 박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박 회장 일가는 금호고속 지분을 바탕으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권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그룹 경영권을 걸겠다는 의미다.
아울러 "경영정상화를 위해 산은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서(MOU)를 교환하고, 3년의 경영정상화 기간 동안 이행여부를 평가받겠다"고 밝혔다. 또 "부여된 목표 달성 기준에 미달하면, 산은은 아시아나항공의 M&A(인수·합병)를 진행할 수 있고 대주주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고 부대조건을 달았다.
이와 함께 금호그룹은 △박 전 회장은 경영에 복귀하지 않는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 등 그룹사 자산 매각을 통해 자금을 상환한다 등의 자구안과 함께 산은에 유동성 문제 해소를 위한 50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자구안에 대해 금호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모든 것을 걸고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산은과 협의해서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성심 성의껏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일단 "금호 측의 제출안 검토를 위해 채권단 회의를 개최하는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속내는 '충분치 않다'는 쪽이다.
'일가의 지분 전량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수사와 달리 박 전 회장 측이 새롭게 제공하는 담보는 박 회장 아내와 딸의 금호고속 보유 지분에 불과하다. 박 전 회장과 아들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이 보유한 금호고속 지분(42.1%)은 이미 산은에 담보로 잡혀 있다.
박 전 회장은 2015년 금호산업을 인수 자금 마련을 위해 산은 담보로 묶여 있던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각했고, 대신 자신과 아들의 금호고속 지분을 대체 담보로 제공했다. 금호타이어가 2017년 중국 더블스타에 매각됐지만, 금호그룹이 금호타이어를 경영하면서 빌린 채무(약 2500억원)에 대한 담보권은 유효하다.
금호그룹은 "산은이 금호타이어 담보 지분을 해지하면 박 전 회장과 박 사장의 금호고속 지분을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과거 채무를 갚지 않은 채 해당 담보를 다시 내놓겠다는 것일 뿐이다.
금융당국과 산은은 자구안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들어본 뒤 어떻게 할지 판단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례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자구안을 언론에 공개한 것도 ‘시장 반응을 보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박 전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포기하는 안을 제외하면 내놓을 자구안이 마땅치 않지만 당국이 사기업의 매각을 직접 좌지우지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 금호그룹의 자구안에 대한 시장의 평가 등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박 전 회장이 ‘복귀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대해서도 분석은 엇갈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복귀하지 않아도 아들이 경영을 맡는다면 마찬가지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며 “시장의 불신이 걷힐지가 변수”라고 말했다.
변휘 기자 hy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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