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세미나에 참석한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 제공 : 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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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8일(한국시간) 오전 0시 16분께 미국 현지 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별세했다. 폐가 굳어가는 질환을 앓았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지만, 수년간 이어진 사회적 논란과 검찰 조사, 재판 과정이 조 회장에게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지난 1974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뒤 18년 동안의 경영수업을 거쳐 1992년 대한항공 사장에 올랐다. 뒤이어 1999년 대한항공 회장직에 올랐으며, 조 창업주가 타계한 이듬해인 2003년 한진그룹 회장에 올라 10년 넘게 한진그룹을 이끌어 왔다.
조 회장은 국내 굴지의 항공사를 이끌며 대한항공을 글로벌 항공시장에서도 압도적 위치로 올려놨지만, 2014년 '땅콩갑질' 논란에 이어 지난해 '물컵갑질' 논란에 총수 일가가 얽히며 사회적 지탄을 받았고 밀수 등으로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재판이 이어졌다.
조 회장이 별세한 올해는 대한항공이 창립 50주년을 맞는 해이기도 하다. 수사와 재판이 이어지면서 기념행사는 임직원을 대상으로 조촐하게 열렸지만 델타항공과의 조인트벤처 확대 등으로 재기에 대한 기대감은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었다.
1969년 출범 당시 8대뿐이던 대한항공 항공기는 166대로 증가했으며, 일본 3개 도시 만을 취항하던 국제선 노선은 1970년대 태평양과 유럽, 중동에 잇따라 취항하면서 현재 43개국 111개 도시로 확대됐다. 국제선 여객 운항 횟수는 154배 늘었으며, 연간 수송 여객 수는 38배, 화물 수송량은 538배 성장했다. 매출액과 자산은 초기 대비 각각 3500배와 4280배 증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까지 이겨냈던 '공든탑'은 내부 요인으로 내려앉았다. 갑질 논란으로 조 회장 일가의 경영방식이 문제됐고, 가족경영 체제에 대한 사회적 질타가 이어졌다. 급기야 총수 일가가 검찰 포토라인에 섰고, 조 회장이 수백억원대 배임·횡령 혐의로 재판에 서면서 경영진 책임공방이 거세져 지난달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은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진에어는 면허취소 위기까지 몰렸다.
또, 경영정상화를 내세워 사모펀드인 KCGI가 대한항공의 지주사인 한진칼의 지분을 대거 사들이며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도 했다. 갑질 논란으로 시작된 사건이 나비효과처럼 그룹 경영권마저 흔든 것이다.
이날 시장은 무정하게도 조 회장이 별세를 '오너 리스크' 해소로 받아들였다. 조 회장의 별세 소식이 전해진 이날 장 초반 대한항공과 한진, 한진칼, 진에어 등 한진그룹 관련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디지털뉴스국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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