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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애보다 애완동물" 펫푸드, 분유 시장의 두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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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약 1조원 바라봐

비혼남녀가 성장 견인

한국 출산율 급감으로

분유시장은 4000억원

중앙일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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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 남성 회사원 이모(42)씨는 애완견 1마리를 키우는 데 한 달 약 20만원을 쓴다. 10만원은 사료 구매비, 나머지는 4~6회 애견카페에 가는 비용이다. 이씨는 “사료 말고도 닭가슴살이나 고기를 구워 먹이기도 해 전체 비용은 조금 더 들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자신에 대한 투자는 박하다. 이씨는 “옷을 사거나 머리를 자르는 등 ‘나를 위해 쓰는 돈’은 한 달 15만원 정도”라고 했다.

애완견 2마리를 키우는 미혼 여성 회사원 이모(45)씨는 최근 사료를 ‘로얄 캐닌’에서 다른 브랜드로 바꿨다.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이씨는 “애들(애완견)이 (로얄 캐닌에) 미친다. 하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 저렴한 거로 바꿨다”고 말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프랑스 브랜드 로얄 캐닌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13.5%다.

펫 푸드(애완동물용 사료) 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업계는 최근 몇 년 동안 ‘프리미엄 사료’ 수요가 급증하는 등 펫 푸드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섰다고 분석한다. ‘굳이 결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미혼 남녀가 애완동물에 대한 지출을 늘리면서 펫 푸드 시장의 성장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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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마트에 진열된 애견 사료와 간식 제품.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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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애완용 개·고양이 수는 2017년보다 13% 증가했다. 이에 따라 펫 푸드 시장 규모는 약 9662억원(추정)으로 지난 2013년(4830억원)보다 2배나 늘었다. 특히 도시형 반려동물로 고양이 사료 시장 성장 속도가 빠르다. 고양이 사료 시장은 2023년까지 27% 성장할 것으로 조사됐다.

브랜드별 시장점유율(2017년 기준)은 로얄캐닌에 이어 ANF(4.3%)·캣츠랑(4.1%)·내츄럴코어(3.9%)·프로베스트(3.8%)가 뒤를 잇고 있다. 문경선 유로모니터 식품·영양 부문 연구원은 "한국 펫푸드 시장은 프리미엄과 저가 사료가 공존한다"며 "최근 반려견·반려묘를 위한 ‘휴먼 업그레이드(사람도 먹을 수 있는 원료 사용)’ 사료 등 슈퍼 프리미엄 사료의 증가와 함께 시골 개와 길고양이 등을 위한 저가 사료 수요가 함께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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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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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푸드 시장의 성장과 대조적으로 분유 시장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시장 규모는 4114억원(예상)으로 2013년(4484억원)에 비해 8.2% 줄어들었다. 앞으로도 연 4%씩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펫 푸드의 절반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분유업계가 피부로 느끼는 시장 상황은 더욱 나쁘다. 업계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국내 매출이 급속히 줄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급격하게 내려갔다”며 “올해 시장 규모는 30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신생아 수는 32만6900명으로 2013년(43만6400명)보다 11만명 줄었다.

다만 분유 중 프리미엄 분유 카테고리는 다르다. 전 세계 유명 브랜드가 모두 한국에 진출해 있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하다. 문 연구원은 "과거 소비자가 해외 직구로 사던 프리미엄 수입 분유가 정식으로 들어오면서 소비자 선호도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지난 2017년 독일 분유 브랜드 압타밀을 수입·판매하기 시작하자 불과 2년 새 시장점유율 2위 브랜드에 올랐다.

국내 분유 업계는 중국 시장에 희망을 걸고 있다. 중국은 최근 영유아 전문 온·오프 매장이 늘고 있다. 매일유업 관계자는 “중국에서 한국산 분유는 프리미엄급에 속한다”며 “2017년 사드 사태 여파로 주춤했지만, 최근 회복 중”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월 조제분유의 중국 수출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했다. 중국 분유 시장은 약 21조원으로 한국의 50배에 육박한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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