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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No, No, No, No, No, No, No, No… '테렉시트'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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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회, 브렉시트 대안 8가지 끝장투표 모두 부결

메이 총리 "29일 브렉시트 합의안 통과시켜주면 사퇴"

조선일보

"의회가 결국 말했다. No. No. No. No. No. No. No. No."

영국 일간 가디언의 28일 자 1면 헤드라인〈사진〉이다. 영국 의회가 전날 브렉시트 해법을 찾기 위해 8가지 대안을 놓고 '끝장 투표'까지 실시했지만 모두 과반 득표에 실패해 부결된 사실을 알린 기사다. 이날 영국 하원은 제2 국민투표 실시, 브렉시트 취소, 노딜 브렉시트, EU의 관세동맹 잔류, EU의 관세동맹과 단일시장 동시 잔류 등 8가지 방안에 대해 '의향 투표(indicative vote)'를 실시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의향 투표는 특정 현안을 놓고 거론됐던 해법을 모두 상정해 과반수 득표가 나올 때까지 투표해 여론 지형을 점검하는 제도다. 그런데 투표 결과 의회는 브렉시트와 관련해서는 '이것도 싫다, 저것도 싫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노딜)도 싫다'고 했고, '완전히 새로 결정하는 것(제2 국민투표)에도 반대'했다.

지난 수년간 '결정 장애'에 빠졌던 의회가 거의 최종 시도나 다름없던 의향 투표에서마저 분열상을 보이자 언론들은 절망을 표현했다. "영국은 내전에 빠져들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의원들조차 "이 무슨 소극인가. 의향 투표를 하지나 말걸"(이언 오스틴·무소속) "대혼돈에 난장판, 국내에서든 국제적으로든 굉장한 구경거리"(드루 헨드리·스코틀랜드독립당)라며 탄식했다.

결국 테리사 메이 총리는 27일 "앞서 두 차례 부결된 EU와의 합의안을 의회가 세 번째 투표에서 통과시켜 주면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즉시 영국 정치권은 메이의 퇴진을 기정사실화하며 누가 차기 총리를 맡느냐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메이 총리는 29일 EU와의 기존 합의안에 대한 3차 투표를 시도할 예정이다. 이 합의안이 통과되면 5월 22일 영국을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남겨두는 내용의 '소프트 브렉시트'를 하게 되지만, 이 마지막 투표조차 부결되면 영국은 4월 12일 '노딜 브렉시트'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나마 27일 투표에서 '관세동맹 잔류'안이 찬성 264표, 반대 272표로 찬반 표차가 제일 적었다는 데 기대를 걸고 있다.

보수당 내부에선 메이 퇴진을 전제로 합의안에 찬성표를 몰아줄 태세다. 의회 안팎에선 메이 총리에 대해선 '자기희생적' '명예로운 퇴진'이란 평가도 나왔지만, 앞서 큰 표 차로 부결됐던 합의안의 세 번째 투표 결과를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지금까지 그 난리가 전부 보수당 내 알력 다툼이었단 이야기냐"는 비난도 나온다. 언론들은 정국을 장악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해온 메이가 드디어 물러난다는 점만 강조했다. "마침내 테렉시트(Therexit·테리사의 탈퇴), '나 그만둔다(I`m off)'"(더선)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까"(데일리메일) "메이 자결하다"(텔레그래프) 같은 제목을 쏟아냈다.

영국 정치권은 엉망이 된 브렉시트를 수습하는 것보다, 누가 차기 총리가 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줄잡아 15명 이상의 보수당 소속 각료나 의원들이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마이클 고브 환경부 장관과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제러미 헌트 현 외무장관 등 보수당의 브렉시트 강경파 핵심들이 대거 출전할 전망이다. 이들은 29일 메이 합의안을 통과시켜 반(反)브렉시트 성격이 강한 '제2 국민투표' 움직임을 일단 제압한 뒤, 향후 EU와 추가 협상을 한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파리=손진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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