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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사설] 외신기자 보도 6개월 지나 갑자기 "매국"이라 겁박하는 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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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을 '김정은의 수석 대변인'이라고 보도한 블룸버그통신의 작년 9월 기사에 대해 민주당 대변인이 뒤늦게 낸 논평에서 "미국 국적 통신사의 외피를 쓰고 국가원수를 모욕한 매국에 가까운 내용"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이 기자의 실명까지 언급하며 "국내 언론사에 근무하다 옮긴 지 얼마 안 된 기자가 쓴 악명 높은 기사"라고 했다. 사실상 친문 네티즌들에게 '공격 좌표'를 찍어준 것으로 인터넷에는 이 기자에 대한 원색적인 욕설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자 해외 언론사 약 100곳이 가입한 서울외신기자클럽은 "기자 개인의 신변 안전에 큰 위협이 가해져 우려를 표명한다. 이는 언론 통제의 한 형태이고 언론 자유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블룸버그 기사는 지난 6개월 동안 여러 차례 인용됐으나 여권은 별다른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야당 원내대표가 국회 연설에서 인용하자 '국가원수 모독'이라며 반발하더니 해당 기자에 대한 공격까지 나선 것이다.

기사와 제목은 상급자들의 손길을 거친 뒤 기자 개인이 아니라 언론사의 이름을 걸고 나가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김정은을 대변한다는 보도는 블룸버그에서만 나온 것도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김정은은 문 대통령보다 나은 대리인(agent)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했고, 워싱턴 포스트는 '김정은 대변인 발언 파문'을 전하면서 "(김정은을 대변한다는) 비판은 한국 정치권뿐 아니라 워싱턴과 유엔에서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자신들 입맛에 안 맞는 기사를 쓰거나 대통령에게 직설적인 질문을 한 기자에게 사이버 테러를 하더니 이제 외신까지 겁박해서 재갈을 채우려 한다. 민주화 경력을 훈장처럼 달고 사는 정권의 언론관이 딱 이 수준이다.-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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