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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共和 상원 12명의 '장벽반란'… 트럼프 재선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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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사태 무력화 결의안 통과

보수성 강한 중서부서 대거 이탈… 롬니·루비오 등 중진도 찬성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비상사태 선포를 무력화하는 내용의 결의안이 14일(현지 시각)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이 대거 민주당 편을 들면서 미 연방상원을 통과했다. 트럼프의 2016년 1호 공약이자 2020년 재선에서도 핵심 전략이 될 국경 장벽 문제가 여당 내부의 반란으로 좌초되게 생긴 것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동력 약화는 물론 2020년 재선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이 결의안은 이날 상원 본회의에서 찬성 59표, 반대 41표로 통과됐다. 현재 상원 의석 분포가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으로 여당이 다수인데, 공화당에서 12명이 이탈했다. 앞서 이 결의안은 지난달 26일 민주당 다수인 하원에서 찬성 245명, 반대 182명으로 통과됐다.

트럼프는 이날 표결 직전까지 "공화당 의원들이 오늘 찬성표를 던진다면 이는 낸시 펠로시(민주당 소속 하원의장)와 '열린 국경 민주당' 표가 될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여당 내 표 단속에 빨간불이 켜지자 백악관 참모진이 총동원돼 의원들에게 "2020년 재선하고 싶지 않으냐"는 회유와 협박 등 각종 '로비'를 다 벌였다고 한다. 그러나 "도대체 장벽 건설에 왜 국가비상사태까지 필요한가"란 의원들의 질문에 정당한 법적·논리적 근거를 대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탈한 상원의원 12명은 밋 롬니·마이크 리(유타)를 비롯, 수전 콜린스(메인)·팻 투미(펜실베이니아)·리사 머카우스키(알래스카)·제리 모런(캔자스)·마코 루비오(플로리다)·랜드 폴(켄터키)·랍 포트먼(오하이오)·라마 알렉산더(테네시)·로이 블런트(미주리)·로저 위커(미시시피) 등이다. 트럼프에게 뼈아픈 것은 자주 반기를 들었던 밋 롬니와 마코 루비오, 랜드 폴 등 대선 주자급 중진 의원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가장 보수 성향이 강한 중서부 지역을 대표하는 의원도 대거 반란에 동참했다는 것이다. 이 12명의 상원의원이 대표하는 주(州)들은 메인주만 빼고 전부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이긴 지역구다. 뉴욕타임스(NYT)는 14일 사설에서 "공화당 상원의원들의 반(半)독립 선언"이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WP)는 "여당에서 국경 장벽 축소 예산안 때보다 반란표가 더 많이 나왔다"며 "의회가 통과시켰던 예산안을 무력화하는 트럼프의 비상사태 선포가 헌법상 '3권 분립'을 위협했다는 반감이 컸다"고 했다.

미 연방상원의 특수성도 있다. 상원의원 임기는 6년으로 대통령 단임(4년)보다 길고, 보통 다선 의원들로 '미국을 이끄는 정치가(statesman)'란 자부심이 있어 이런 식으로 소속 정당의 방침에 반기를 들고 개인 소신을 앞세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트럼프의 국정 지지율이 낮고 재선 전망이 낮은 상황에서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자기 정치'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WP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제권을 잃고 있다. 그는 침몰하는 배의 선장일 뿐"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에서 결의안이 통과되자 즉각 트위터에 "거부권 행사(VETO)!"라고 밝혔다. 의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을 뒤집고 결의안이 통과되려면 양원에서 재적의원 3분의 2(상원 100명 중 67명)가 필요하며, 이 경우 여당 상원의원이 20여 명 이탈해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가 이번에 실제 '1호 거부권'을 발동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

그는 시리아 즉각 철군이나 불법 이민자 아동 격리 수용, 정부 셧다운 장기화 등을 놓고 과거 보수 여론 핵심이 흔들리면서 여당 상원의원들이 반기를 들면 은근슬쩍 물러나곤 했기 때문이다. 실제 미 상원은 전날에도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예멘 내전에서 미군의 개입을 중단하는 결의안을 백악관의 '거부권' 협박에도 불구하고 찬성 54명, 반대 46명으로 가결시켰다. 공화당에서 7명이 반란표를 던진 셈이다.

또 미 하원은 이날 트럼프 대선 캠프의 러시아 내통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로버트 뮬러 특검의 보고서를 일반에게 공개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찬성 420명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특검 보고서는 원래 법무장관에게 대외비로 보고하게 돼 있고, 법무장관이 의회에 공개 혹은 비공개 보고할지는 정치적 결정에 달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 탄핵의 결정적 근거가 될 수도 있는 이 보고서에 쏠린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공개'에 여야 없이 찬성한 것이다. 이 또한 여당의 반란으로 해석되고 있다.

[워싱턴=조의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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