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싫어할텐데” 만류에도 “내 가슴인데?”…수술대 오르는 美여성들

26일(현지시각)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쇼핑 거리에 있는 속옷 매장 앞.(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음)/AP 연합뉴스

미국에서 큰 가슴이 통증을 유발하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축소 수술을 받는 젊은 여성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뉴욕타임스(NYT) 최근 보도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미국에서 7만6000명 이상이 유방 축소 수술을 받았다. 이는 2019년 이후 64% 늘어난 수치다. 특히 30세 미만 여성들이 가슴 수술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방 확대 수술을 받는 인구는 매년 30만명 이상으로 여전히 축소 수술보다 많지만, 축소 수술이 하나의 트렌드로 떠오른 셈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 여성의 70% 이상이 자신이 가슴 크기를 좋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여성의 가슴이 여러 이유로 타인의 평가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NYT는 해석했다.

가슴은 여성성을 상징하는 신체부위로 여겨져 왔다. 이 때문에 가슴이 크면 불필요한 시선을 받게 되고 성장기 청소년들 중에는 종종 수치스러운 일을 겪어 정신적 피해를 입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큰 가슴의 무게는 등, 목, 어깨 통증을 유발하며 큰 가슴을 덮을 수 있는 예쁜 디자인의 옷을 찾기에도 어려움이 있다는 게 축소 수술을 결정한 이들의 이야기다.

운동할 때도 불편함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호주 연구진은 가슴이 너무 큰 여성은 운동에 소극적이지만 유방축소 수술을 받게 되면 운동의지와 운동량이 늘어나고 생활습관이 건강해진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성형외과협회(BAPRAS)의 학술지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NYT는 이 같은 트렌드를 “자기 사랑과 권한 부여의 행위”라며 “다른 사람들이 전통적으로 섹시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보다 자신의 편안함과 독립성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남성들은 여성들의 축소 수술을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여성 성형외과 의사의 수가 20% 미만이다 보니 남성 의사들에게 수술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여성들은 종종 ‘남자친구나 남편이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고 한다.

축소 수술을 받았다는 수마 하시라(41)는 “의사에게 ‘당신의 남편이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들어야 했다”며 “이 일이 내 남편과 무슨 상관이냐”고 말했다.

역시 축소 수술을 받은 또 다른 여성 티파니 로프틴은 “더 이상 남성이 정한 미적 기준에 부응할 필요가 없다. 이건 내 몸이다. 남자를 위해 수술하는 게 아니다”고 했다. 축소 수술 후 감염으로 추가 수술까지 받았다는 그는 “그럼에도 수술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방 관련 사회과학 서적을 출간한 사회학자 사라 손틀은 NYT를 통해 “우리는 모두 외모에 신경 쓰지 않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여성들이 진정으로 해방되려면 남성들이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자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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