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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메이 브렉시트案 또 부결…"영국정치 붕괴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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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운데)가 12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열린 두 번째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합의안에 대한 승인 투표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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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정부와 유럽연합(EU)이 마련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이 또다시 영국 의회의 벽을 넘지 못했다. 브렉시트 난항의 핵심이었던 '안전장치(백스톱)'와 관련해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보완책을 마련했지만 영국 의회에서 이에 반기를 들었다.

안전장치는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국경에서 엄격한 통행·통관 절차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영국이 EU 관세동맹에 일정 기간 잔류하는 것이다.

브렉시트 발효일이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합의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이제 영국 앞에는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떠나는 '노딜' 브렉시트 또는 브렉시트를 연기하는 방안만이 남아 있다. 어느 방안이 선택되더라도 영국은 정치·경제적으로 큰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하원이 12일(현지시간) 진행한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두 번째 '승인 투표'를 찬성 242표, 반대 391표로 부결시켰다. 149표 차는 영국 의정 사상 정부가 의회에서 기록한 패배 중 네 번째로 큰 부결 표차다. 영국 하원이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킨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1월 열린 브렉시트 합의안 첫 번째 승인 투표는 영국 의정 사상 정부 패배로는 최대인 230표 차로 부결됐다. 이번에도 안전장치가 발목을 잡았다.

지금까지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안전장치 종료 시점이 명시되지 않아 영국이 영원히 EU 관세동맹 안에 갇힐 수 있다고 반발해왔다. 메이 총리는 이를 불식하기 위해 전날 융커 위원장을 만나 영국이 영구적으로 안전장치에 갇히지 않도록 법적 문서를 통해 보장하고, 영국에 일방적 종료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의 보완책에 합의했다.

하지만 하원 투표 직전 발표된 제프리 콕스 영국 법무장관의 보완책 검토 결과가 찬물을 끼얹었다. 콕스 장관이 "영국이 EU 동의 없이 안전장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국제적으로 합법적인 수단이 여전히 없다"고 말한 것이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두 번째 승인 투표에서도 합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거듭된 패배로 메이 총리의 리더십은 땅에 떨어졌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합의안이 부결된 뒤 "메이 총리는 시간을 끌었고, 이제는 더 이상 그에게 시간이 없다"며 "국민은 원하는 정부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 메이 총리의 사퇴와 조기총선을 통한 새로운 정부 구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같은 당내에서도 메이 총리에게 사임을 요구하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보수당 의원 일부가 메이 총리에게 브렉시트 협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 위해 사임하라는 의견을 전달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영국 정치가 붕괴 단계로 들어서고 있다"며 "메이 총리의 브렉시트 탈퇴 합의 실패는 심각한 결함을 지닌 그의 협상 전략에 궁극적으로 책임이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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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 등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일부 강경론자는 노딜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노딜만은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해 하원에서 노딜로 결정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렉시트 시한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문제는 브렉시트 시점을 얼마나 연장할지에 관해 의견이 갈리는 데다 연장한다고 하더라도 브렉시트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가 있어 메이 총리와 융커 위원장 모두 새로운 유럽의회 의원들의 임기가 시작되는 7월 전에 브렉시트 연기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처럼 연기한다고 해도 두 번이나 브렉시트 합의안을 부결시킨 안전장치 조항 문제를 풀기에 3개월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영국과 EU가 추가 협상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가능성이 희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와 관련해 "그들이 간신히 할 수 있는 것은 드라마를 몇 달 연기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브렉시트가 없던 일이 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메이 총리는 이날 합의안 부결 직후 "EU는 우리가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브렉시트 취소를 원하는지, 아니면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를 원하는지를 알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당에서도 'EU 잔류'를 선택지 중 하나로 둔 제2 국민투표 개최를 요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며 "브렉시트가 연기되거나 심지어 번복될 수 있다는 전망이 한층 더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부결이 결정된 이날 파운드화는 전일보다 0.57% 하락한 1.3075달러를 기록했다.

만약 노딜 투표가 가결되면 영국은 오는 29일 아무런 합의 없이 EU를 탈퇴하게 된다. 메이 총리는 13일 노딜 브렉시트 여부를 하원 표결에 부치겠다고 12일 밝혔다. 메이 총리는 의회가 노딜 브렉시트를 반대한다면 14일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른 브렉시트 시점을 연기하는 방안에 관해 표결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영국 하원이 14일 투표에서 연기를 결정하고 EU 27개 회원국이 이를 만장일치로 받아들이면 브렉시트 시점이 미뤄진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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