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법원 '몰카 범죄' 양형기준 새로 만든다

이르면 올해 ‘몰카범’ 새 양형기준 나올듯
"판례도 축적되고, 징역형 갈수록 늘어나"

대법원./연합뉴스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파문이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법원이 몰래카메라(몰카) 범죄에 대한 새로운 양형기준을 세울 예정인 것으로 13일 알려졌다.

양형기준은 법관들이 재판에서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직접적인 구속력은 없다. 하지만 재판부가 양형기준에서 벗어난 결정을 할 때는 별도로 그 이유에 대해 설명을 해야하는 만큼 선고 때 따르는 게 일반적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작년 12월 전체회의에서 다음 상임위 때 몰카 범죄를 우선적으로 검토하기로 의결했다. 오는 5월 출범하는 7기 양형위원회가 몰카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우선해서 검토하기로 한 것이다. 양형위 측은 올해 내로 양형기준을 수립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우선 검토 대상에 몰카 범죄와 함께 음주운전자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도 포함됐다고 한다. 대법원 관계자는 "몰카 범죄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진 데다 이제 상당한 양의 판례가 쌓였다"며 "또 과거에는 몰카범에게 주로 벌금형이 선고됐지만, 최근에는 징역형이 늘어나는 추세라 새로운 양형기준을 세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 법원이 몰카 범죄자에게 징역형·금고형 등의 실형을 선고한 비율은 5%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상반기 기준 10%를 넘어섰다. 실형을 살지 않는 집행유예까지 더하면 징역형과 금고형 비율은 22%에서 48%로 늘었다. 반면 벌금 등 재산형은 67%에서 44%로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현재 양형기준에서는 성범죄와 관련해 강간·강제추행·성매매 등에 대해서만 권고 형량을 제시하고 있다. 장애인 또는 13세 미만 피해자에 대한 성범죄에 대해서도 따로 양형기준을 마련한 상태다.

몰카 촬영은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등 이용촬영’에 해당된다.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다. 기존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으나 처벌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개정됐다.

개정된 법은 몰카 유포와 관련해서도 처벌 규정을 강화했다. 영리 목적으로 몰카를 퍼트린 범죄에 대해 기존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었으나 법정형에서 벌금형이 삭제됐다. 징역형만 가능하도록 바꾼 것이다.

또 이전까지는 스스로 자기 신체를 찍은 촬영물을 타인이 촬영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할 경우 성폭력처벌법으로 처벌이 불가능했지만 개정된 법은 적용이 가능하다. 복제물을 퍼트린 경우나 촬영 당시는 의사에 반하지 않았어도 사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해 유포한 경우도 처벌이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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