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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멧돼지 사냥개에 물려죽은 반려견, 누구 책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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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민원으로 멧돼지 사냥 나선 사냥개에게 물렸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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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17일, 서울시 은평구에 사는 ㄱ씨(42)는 여느 때와 다름없는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오후 2시께 반려견 럭키(6)와 함께 산책에 나서기 전까지, 악몽 같은 일로 하루를 마감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ㄱ씨와 ㄱ씨의 남편, 럭키는 은평둘레길 입구에 차를 대고 산책로로 올라갔다. 10분쯤 걸었을 때 크고 검은 하운드종의 개가 숲길에서 튀어나왔다. 검은 개가 럭키를 입에 물었다. 놀란 ㄱ씨는 자신의 개를 구하려고 손에 멍이 들 정도로 검은 개를 때렸다. 하지만 때리면 때릴수록 검은 개는 럭키를 꽉 물었다. 2.5kg에 불과한 작은 푸들은 비명을 질렀다. 검은 개가 머리를 여러 차례 흔들자 럭키가 하고 있던 하고 있던 가슴줄에서 빠져나왔다.

검은 개가 럭키를 입에 문 채 ㄱ씨가 있는 곳 반대편으로 달려갔다. ㄱ씨의 남편이 200m가량 쫓아갔더니 ‘수렵’이라고 쓰인 조끼를 입은 사람과 검은 개의 주인이 있었다. 검은 개는 여전히 흥분 상태였다. 검은 개의 견주가 개를 내려놓으라고 해도 여전히 입에서 럭키를 떨어트리지 않았다. 검은 개는 주인에게 몽둥이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고 나서야 럭키를 내려놓았다.

ㄱ씨와 남편은 럭키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수의사는 럭키의 갈비뼈가 부러져 폐를 찔렀을 확률이 크다고 진단했다. 배 쪽도 물려 방광도 상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검은 개가 등을 물고 흔든 탓에 등가죽이 뼈와 분리됐다고도 했다. 럭키는 그날 저녁 8시 세상을 떠났다.

검은 개는 멧돼지를 잡으러 나온 사냥개였다. 견주는 북한산 인근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신고를 받은 해당 지역 경찰의 요청으로 나온 야생생물관리협회 회원들이었다. 견주 ㅅ아무개씨는 6일 ‘애피’와의 통화에서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들어와서, 경찰 입회 하에 북한산으로 올라가 개들을 풀었다. 경찰은 등산로 입구 쪽에 있었고, 개들은 탐색을 위해 목줄을 풀고 멧돼지를 찾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월 농식품부가 내놓은 반려견 안전대책에 따르면 맹견 외출 시 목줄과 입마개를 착용하지 않거나 탈출방지용 이동장치를 사용하지 않으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반려견 안전 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람이 다쳤을 때는 2년 이하 징역, 2천 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고 사망했을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이 처벌된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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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개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맹견이 지역 민원으로 멧돼지를 찾으러 나선 사냥개일 경우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그리고 맹견에게 반려견이 물려서 다치거나 죽었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동물권연구단체 피엔아르(PNR)의 서국화 변호사는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사유 재산으로 인정되기 때문에) 형사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해석했다. “동물보호법이 정한 맹견 관리 방침에 따라 처벌 요건에 해당은 하지만, 고의로 맹견을 풀어놓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법성이 높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말했다.

“민사로 갈 경우 과실로 인한 부주의로 손해를 입은 것에 대한 정신적, 물질적 손해 배상을 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야생생물관리협회 쪽도 ㄱ씨 쪽에 손해배상보험을 통해 병원비 등을 합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왔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대표는 “피해를 본 럭키와 반려인은 아무 잘못이 없지만, 그렇다고 사냥개에게만 모든 잘못을 돌릴 수만은 없다. 근본적으로 들어가 보면 사람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멧돼지와 인간의 갈등이 단순히 ‘잡아서 없애면 된다’는 식의 단편적이고, 후천적인 수렵 조치로는 충분치 않고 이제 사람과 반려동물의 안전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왔다. 정부가 유해조수라고 지정한 동물에 대한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전면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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