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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美정보기관 "트럼프 입맛에 맞춰라"… 안보 문제도 돈으로 계산해 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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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기관 수장(首長)들이 경제와 돈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트럼프 맞춤형' 보고를 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정보기관장들이 대통령 대면보고 때 경제 관련 도표와 그래픽 차트를 대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전직 관료들에 따르면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과 지나 해스펠 중앙정보국(CIA) 국장 등은 트럼프 대통령 대면 보고에서 국가 안보 관련 이슈나 국제 분쟁의 여파를 설명할 때도 경제 관련 수치가 들어간 도표와 그래프를 활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난해 말 러시아가 크림반도 인근 아조프해 해상에서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한 사건의 영향을 설명하기 위해 아조프해를 지나는 화물선 숫자가 어떻게 변했는지 그래프로 보여주는 식이다. 이는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정보기관 수장들에게 "경제적 관점으로 국제 문제를 해석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전직 정보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가 알고 싶어하는 것은 "누가 이기고 있는가" "어느 나라가 더 돈을 벌고 이득을 챙기는가"라는 것이다. 그는 해외에 있는 미군 기지에 지출되는 돈과 유럽·아시아 동맹국의 국방비 지출 수준도 반복적으로 물었다. 한·미 연합훈련을 비용 문제로 취소하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안보 관련 브리핑 도중에도 '미·중 간 경제 경쟁'과 '중국의 기술 발전 수준' 등으로 화제를 돌려 질문했다. 여기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면 트럼프는 "우리 장군님들은 비즈니스를 모른다"고 불평한다. 한 전직 관료는 "트럼프는 국제 분쟁의 근본 원인이 경제·무역 논리에 있다고 믿는다"며 "안보 분야 관리 중에 이런 시각을 가진 사람이 너무 적다는 게 그의 불만"이라고 했다.

글을 읽기 싫어하고 대화와 시각 자료를 선호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적인 스타일도 브리핑 방식이 달라진 요인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정보기관이 제출한 긴 보고서를 즐겨 읽은 것과는 대조된다.

미국 내 안보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시각이 너무 경제에 쏠리다 보면 정보기관들도 여기에 맞춰 북한의 핵개발 활동이나 잠재적인 테러 위협, 적성국의 스파이 행각 등을 소홀히 다루거나 제대로 보고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배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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