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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日, 사죄도 못받고..." 위안부 피해자 곽예남 할머니 별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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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절 100주년 다음날인 2일 곽예남(92) 할머니가 별세했다. 위안부 단체들은 "곽 할머니의 생전 소원은 일본 정부의 사과를 받는 것"이었다며 "끝내 사죄 한마디 듣지 못하고 떠나셨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 당시 조선인 7500명이 살해됐다"고 언급한 것이 부적절하다며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위안부 단체들은 "오전 11시 전남 담양군에서 곽 할머니가 아침 식사를 드시고 편안하게 소천(召天)하셨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전남 지역 유일한 생존 위안부 피해자였던 곽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면서, 전국의 위안부 피해 생존자는 22명으로 줄었다.

빈소는 전북 전주병원 장례식장 VIP실 별관 특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오는 4일 오전 9시다. 장지는 충남 천안시 망향의 동산이다.

곽 할머니는 1944년 봄 열아홉살의 나이에 "돈을 벌 수 있는 공장에 취직시켜 주겠다"는 말에 속아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다. 이후 중국에서 1년 6개월여 동안 위안부 생활을 견뎌야 했다. 일본의 패전으로 풀려난 뒤에도 곽 할머니는 중국에서 60여년을 살았다. 곽 할머니는 중국에 머물면서도 한국 국적을 끝내 포기하지 않았다.

2004년에야 가족과 한국정신대연구소 등의 노력으로 곽 할머니는 고국으로 돌아왔다. 이후 위안부 피해를 증언하던 곽 할머니는 2015년 12월 폐암 4기로 6개월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병환은 더 악화되지 않았고, 곽 할머니는 3년여 동안 자신의 삶으로 위안부 문제를 알렸다.

정의기억연대는 "할머니는 어쩔 수 없이 중국에 머물면서 힘든 생을 어렵게 버텨내셨지만 결국 일본 정부의 사죄 한 마디 받지 못했다"며 "강한 생명력으로 살아내신 삶, 잊지 않겠다"고 추모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3·1절 기념사에서 "3·1운동 당시 7500여명의 조선인이 살해됐고 1만6000여 명이 부상했다. 체포·구금된 수는 무려 4만6000여 명에 달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미래는 바꿀 수 있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한국과 일본이 굳건히 손잡을 때 평화의 시대가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올 것이다. 힘을 모아 피해자들의 고통을 실질적으로 치유할 때 한국과 일본은 마음이 통하는 진정한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문 대통령이 구체적인 피해 규모를 언급한 데 대해 항의했다. 1일 오후 일본 NHK방송 등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은 "견해가 일치하지 않는 것을 공개적으로 발언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전달했다.

[권오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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